2심, 김경수·드루킹 공범 입증 '추가 심리' 선언… "'우리법' 출신 판사 반발 있었을 듯"
  • ▲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법원이 21일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선고공판을 미루고 '드루킹' 김동원(50) 씨의 공모관계 입증을 위한 추가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것만으로는 둘 사이의 공모관계가 입증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와 주심 김민기 판사 간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기 판사는 좌파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정치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인물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김민기·최항석)는 21일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특검이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서 열린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회를 봤다는 사실을 상당부분 입증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모관계에 대한 특검과 김 지사 측의 추가적인 공방을 통해 법리적 판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김 지사의 항소심은 지난해 3월 시작돼 1년여의 기간 동안 총 13차례 공판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지난해 12월24일 내릴 예정이었으나 이날로 한 차례 미뤘다. 또 전날 갑작스레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선고기일만 두 차례나 미뤄지게 됐다.  

    재판장과 '우리법' 주심판사, 의견대립 가능성

    법조계에서는 김 지사의 재판부가 항소심 선고기일을 두 번이나 미루고 추가심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재판장과 주심판사 간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형사2부의 재판장과 주심판사는 각각 차문호(52·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김민기 (49·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다. 김 판사는 지난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김 지사 항소심의 주심판사를 맡게 됐다. 배석판사는 최항석(49·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다. 

    문제는 김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김 판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시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허위 문자를 보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재수생에게 무죄를 선고한 경력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출범 이후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 단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부의 요직을 차지한 우리법 출신 판사들이 정부에 우호적 판결을 지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판사 역시 김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판 담당 판사 3명 간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선고기일도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한 법조인은 "선고기일이 계속 미뤄지는 이유는 판사 3명 간  합의가 안 됐다는 것"이라며 "김 판사가 인사이동으로 올 때부터 법원 안팎에서 차 판사와 다툼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법조인은 "1심 유죄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됐던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가 '상당부분 입증됐다'면서도 공모관계에 대한 추가심리를 언급했는데, 결국 김 판사가 공모관계 성립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 총선 이후 될 듯… "선거 악영향 우려했나"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오는 4월 치러질 '4·15국회의원총선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재판부는 공모관계 입증에 대한 특검과 김 지사 측의 의견서를 2월21일까지 받고, 3월4일까지 양측 의견서에 대한 반박의견을 다시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3월10일부터 다시 공판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공모관계 입증과 관련해 석명을 요구한 것은 총 8개 사항이다. 새로운 쟁점에 대한 공방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은 4월 총선을 넘겨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가 재판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정부와 여당 측 지지자들이 총선을 앞두고 다수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차 판사와 최 판사가 오는 2월 말 법원 정기인사 대상자라는 점을 들어 김 지사에게 결국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 대상자라도 중요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잘 바뀌지 않는다"면서도 "최근 사법부에서 워낙 이례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또 우리법 출신으로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