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변호인, 변론재개 요청 안 해… 김경수 지사에 변론 기회 다시 주겠다는 뜻… 검찰, 징역 6년 구형
  • ▲ '온라인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1일 내려진다. ⓒ박성원 기자
    ▲ '온라인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1일 내려진다. ⓒ박성원 기자
    '드루킹' 김동원 일당과 공모해 '온라인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또 연기됐다. 지난해 12월24일에서 1월21일로 이미 한 차례 연기됐으나, 재판부는 21일 선고 대신 기일 외 변론을 하기로 했다. 김 지사에게 변론 기회를 다시 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2017년 대통령선거 등에 관여하기 위해 '드루킹' 일당과 함께 '킹크랩'(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다. 사법부는 김 지사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이 있는 2018년 6·13지방선거 등과도 연관된 만큼,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 결과가 가져올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오전 형법상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기일 외 변론을 진행한다. 당초 이날은 김 지사의 선고기일이었다. 

    재판부는 새로운 쟁점이 발견되거나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이 첨예한 경우 등에 한해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 특검과 변호인 측이 먼저 변론 재개를 요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선고 연기에 대한 이유를 밝힐 예정이다.

    1심 유죄 판단 핵심은 '김경수 킹크랩 시연회 참석'

    1심의 쟁점은 △김 지사가 대통령선거 전인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을 통해 댓글조작에 가담했는지 △김 지사가 '대선을 위한 댓글조작'에 보답하고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도 '댓글조작' 작업을 부탁하기 위해 김동원 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는지 등이다. 킹크랩은 자동·반복작업 기능을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을 유죄의 핵심근거로 내세웠다. 1심 판결문에는 '김 지사가 프로토타입 시연을 본 이후 김동원에게 킹크랩 개발 및 사용을 승인함으로써 김동원의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에 공동 가공했다'고 돼 있다. 

    또 2016년 10월~2018년 3월 '드루킹 일당' 박모 씨가 댓글작업에 관해 정리한 기사 목록을 김 지사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송했고, 이같이 전송한 기사가 총 8만 건에 이른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포함됐다.

    '댓글작업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모하거나 상대 세력인 안철수 등의 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선거운동' '(사실상) 킹크랩 댓글작업은 2018년 6월13일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제안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도 일종의 '거래'라고 봤다. 2017년 대선 댓글조작에 보답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도 댓글 조작작업을 부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가 선거법 위반 판단 전제가 되기도 한다.

    이를 근거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30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공직선거법위반과 관련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실형을 받은 김 지사는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킹크랩 시연회 없었다" 김 지사 측 주장에 '시연회 참석여부' 재점화

    항소심 재판에서는 '킹크랩 시연회 개최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지사 측이 '시연회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판단으로 유죄를 내렸다. 2심에서 김 지사 측이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2016년 11월9일에는 시연회조차 열리지 않았다'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이유다.

    특검 측은 2심 재판 과정에서 김 지사가 당시 경기도 파주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인 '산채'에 두 번째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9일 오후 8시7분15초부터 8시23분53초까지' 시연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특검 측은 "김 지사가 당일 오후 6시50분쯤 '산채'에 도착해 1시간 동안 공개 브리핑을 한 뒤 시연회에 참석했다"며 "김 지사가 산채를 떠난 시간은 늦어도 오후 8시30~40분쯤"이라고 주장했다. 시연회 시간에 김 지시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이 주장 자체가 '허구'라고 반박했다. 우선 김 지사가 이날 산채에 도착한 시간은 7시쯤이며, 곧바로 1시간 동안 경공모 회원들과 저녁 식사로 닭갈비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1시간 동안 공개 브리핑을 듣고 환담한 뒤 곧바로 산채를 떠났다는 주장이다.

    양측은 이처럼 '시연회 당일 김 지사의 일정'을 다르게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첨예하게 다툰 부분은 '닭갈비 식사' 여부다. 김 지사가 저녁식사를 했다면 시연회를 직접 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특검 측은 김 지사가 이날 산채 도착 뒤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공모 회원끼리 인근 식당에서 따로 식사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김 지사 측은 '인근 식당에서 김 지사도 함께 닭갈비로 저녁을 먹었다'고 반박해왔다.

    '닭갈비 식사'도 핵심 쟁점… '공범' 드루킹 2심도 실형

    법조계에선 항소심 최종 선고에서 유무죄를 가를 핵심쟁점으로 '킹크랩 시연회나 닭갈비 식사 등이 실제로 있었는지' 등을 꼽았다.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이라고도 봤다.

    1심은 판결문에서 "댓글 순위조작 범행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 선거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그 정당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중략) 왜곡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법성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해 11월14일 결심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총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 지사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의 '드루킹' 김씨도 죄를 인정받았다. 김씨는 1심에 이어 지난해 8월14일 2심에서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와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그간 본인 재판 등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회를 했다"고 증언하며 일관되게 김 지사와 댓글조작 공모를 인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법상 금고 이상의 최종 형이 확정되면 직이 박탈된다. 피선거권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