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김기춘·조윤석 구속 판결 땐 文지지자 '환호'… 성 판사 "검찰 법관 기소, 재판 영향줄까 우려"
  • ▲ 검찰의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47·사법연수원 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기소가 갑작스러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 검찰의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47·사법연수원 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기소가 갑작스러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20년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당혹스럽고 참담한 순간이었다."

    검찰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창호(47·사법연수원 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밝힌 심정이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4월 전직 법관이 연루된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기밀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형사합의부 판사 등 요직을 거친 엘리트 판사다. 그는 2017년 1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으나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때는 역적 취급을 받았다.

    '문빠'의 영웅에서 역적 된 성창호… "김경수 판결에 대한 '보복기소'"

    성 부장판사는 댓글조작 혐의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김 지사 사건 1심 재판장을 맡아 지난해 1월 말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후 그는 3년 전인 2016년 영장전담 판사 시절의 일을 이유로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돼 기소까지 당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 지사 관련 판결에 따른 '보복기소'라는 말이 돌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던 성 부장판사 기소가 그만큼 예상 밖이었다는 의미다.

    성 부장판사도 22일 보도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찰 기소와 관련한 견해와 상황을 소상히 밝혔다. 성 부장판사는 신문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참고인조사 후 5개월 이상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중순 갑자기 피의자로 조사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상당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형사사법절차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조사에 응했다. 그런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저와 조의연 부장판사를 기소했다."

    "5개월 이상 연락 없다가 한 차례 조사 후 기소"

    검찰은 성 부장판사를 2018년 9월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다시 성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 것은 5개월 뒤인 2019년 2월께였다. 이 조사 한 번으로 검찰은 성 부장판사를 기소했다.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어 조사받기 한 달 전쯤인 그해 1월 말, 그는 김경수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성 부장판사는 "그때부터 검찰 발표를 토대로 '부정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검찰의 '보복기소'라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하는 대목이다.

    성 부장판사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소명했다. "2016년에는 영장판사들이 형사수석에게 중요 사건 영장 처리 결과 등을 설명했다"며 "정운호 전 대표 사건도 판사(김수천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건이어서 사법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당연히 보고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업무가 범죄인 것처럼 논의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성 부장판사는 최후진술에서 '보복기소'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 부장판사 변호인은 "(성 부장판사에게) 농담으로 '보복기소당하신 것 아니냐'고 해도 웃기만 한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檢, 징역 1년 구형… 성창호 "업무를 범죄처럼 논의, 납득 안 돼"

    검찰 측 공소장에 따르면, 신광렬 부장판사는 당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를 받고 조의연·성창호 등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수사기밀 보고 등을 요청했다. 이에 두 판사는 2016년 3~9월 중앙지법 사무실에서 영장청구서, 수사상황 등 10회에 걸쳐 신 판사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20일 결심공판에서 "수사정보를 취득한 것을 계기로 헌법이 부여한 역할을 사법부를 위해 사용했고, 이 행위가 죄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책임 운운하며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며 성 부장판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성 부장판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영장전담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한 것이 아니라 재판을 빙자해 범죄를 도모했고, 부정한 목적으로 결론마저 조작했다는 게 된다"며 "개인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이지만, 나아가 법관과 재판을 이토록 왜곡해서 공격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가 이런 논리로 법관을 함부로 기소하면, 법관은 혹시라도 나중에 범죄행위를 추궁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재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성 부장판사의 선고공판은 다음달 1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