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28일 WHO 만난 뒤 '우한폐렴 방지' 인사법 소개… "중앙정부 제치고 일종의 월권하는 것"
  • ▲ 박원순(우측) 시장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 있는 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에서 마르코 마르투치(좌측) WHO 환경보건센터장 등을 만났다. ⓒ뉴시스
    ▲ 박원순(우측) 시장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 있는 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에서 마르코 마르투치(좌측) WHO 환경보건센터장 등을 만났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앙정부를 제치고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에 관해 논의했다. 박 시장은 "국제적 측면에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으나 일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부를 제쳐두고 국제협력을 논하는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박원순이 청와대 대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싶은 것' '대통령병에 걸려 쇼 하고 있다' 같은 비판도 나왔다.

    박 시장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 있는 WHO 아시아·태평양환경보건센터에서 마르코 마르투치 센터장 등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서울시가 WHO 측에 요청해 이뤄졌다.

    박원순 요청에 따라 이뤄진 WHO 회의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회의가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대도시의 감염병 대응에 대해 실행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국가 간, 도시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서울시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하루빨리 종식시켜 서울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협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 시장은 스위스 제네바, 필리핀 마닐라 등의 WHO 신종 감염병 대응팀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행태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장이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따로 만나 위기상황을 논의하는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국제기구와 논의해 이룰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한정돼 있다"며 "지자체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중앙정부는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박 시장이 일종의 월권을 하는 셈"이라고 논평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딱 봐도 차기 대권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이 국제기구와 만나 뭘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하는 시간에 방역활동 점검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비난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이 정도로 국민을 걱정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그 내막에는 국민이 느끼는 공포조차 자신의 정치에 활용하려는 이중적 행태가 있는 듯하다"고 개탄했다.

    "일개 시장이 뭘 할 수 있나" "국민적 공포조차 정치에 활용"

    박 시장의 '뜬금없는' 행태는 같은 날 오후 서울시 청사 6층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차 종합대책회의'에서도 나왔다. 이 회의는 WHO 관계자들과 우한폐렴 관련 논의에서 파악한 내용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 박 시장은 이 회의에서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되감기'하는가 하면, '듣보잡' 인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28일 오전 9시 기준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4515명이 나왔고, 이미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106명"이라며 "중국도 총력대응하고 있지만 우한시와 후베이성 넘어 베이징시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중국 전역으로 감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를 거쳐 이날 오전 국내 언론이 보도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낭독'한 수준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박 시장은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악수를 자제해달라"면서 팔뚝을 부딪치는 'WHO가 조언한 인사법'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회의에 참석한 서정협 행정1부시장직무대리와 함께 팔뚝을 맞대는 인사법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박 시장의 우한폐렴 인사법에 의료계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한폐렴 확산 방지 목적으로 타인과 악수하지 말도록 한 WHO 조언에 따른 것이지만, 실효성이 없는 위험한 인사법이라는 지적이다.

    '신체접촉 금지' 권고에… 팔 부딪치는 '듣보잡' 인사법 제안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겉옷이나 팔뚝에는 바이러스가 안 묻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박 시장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는 "WHO의 악수 자제 권고는 접촉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러니 팔뚝 맞대기도 자제하고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목례를 하거나 허리 숙이는 인사가 오히려 WHO 권고에 맞는 인사법"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