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광역단체장, 박근혜 정부 때 힘겹게 합의, 갈등 봉합됐는데… '재논의 가능성' 꺼내
  •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 '혁신의 플랫폼 함께 만드는 스마트시티'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 '혁신의 플랫폼 함께 만드는 스마트시티'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5개 광역단체의 동상이몽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지역 경제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권 광역단체장들의 이견 때는 동남권공항 문제를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박근혜 정부 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로 확정된 김해신공항사업이 전면 재검토될 수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사이의 ‘정치적 화약고’다. 해묵은 갈등의 시작은 노무현 정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을 시도했으나, 2011년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 차례 무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며 갈등이 재점화됐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임기 당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대안에 합의하며 가까스로 갈등이 봉합됐다.

    朴 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 합의→ 文 정부 때 '반대'

    이후 TK는 현재의 대구공항을 경북으로 이전, 동남권의 관문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대구시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연말 이미 이전 후보지가 결정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어야 한다.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체 상태에 빠졌다. 6·13지방선거에서 PK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이 ‘소음’ ‘안전’ 등의 문제를 들어 이미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오 시장 등은 대신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PK 민심’을 잡기 위한 카드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이처럼 말만 무성하던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재점화된 갈등에 방점을 찍은 것이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지역 경제인과 비공개 오찬간담회에서 “이달 말 부산⋅울산⋅경남 차원의 자체 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만약 (영남권 광역단체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부산시가 전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어느 쪽으로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논의하느라 다시 사업이 또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5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한 사항인데...

    이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두 가지 관점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우선 ‘지자체 간 합의’를 전제로 한 점이다. 현재로서는 5개 지자체 간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해석이다. 이대로 지자체 간 합의가 불발된다면 총리실 산하 기구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관문공항으로서 역할과 소음·안전·확장성 등을 재검증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방향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정부 때 이미 5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한 사항이 정권이 바뀐 후 번복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이 기존대로 ‘김해공항 확장’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동남권 신공항’을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결국 모호한 문 대통령의 말을 각 지자체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각 광역단체 간 기싸움이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당장 부산시는 같은 날 “(대통령 발언은)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시의 의도를 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변성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의 (김해신공항 관련)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총리실에서 검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 와서 정책을 바꾸면 사업이 표류하거나 혼란이 가중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PK 민심’을 고려, 부산시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총리실 산하 기구 구성이라는 중재안을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