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日 아베 유감 표시에도 "사과할 사안 아냐" 일축… 한일관계 악화 조짐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아키히토 일왕의 사죄를 요구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과다운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일왕에게 사죄하라는 것은) 합당한 요구"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논란 등 한일관계가 사안마다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집권여당까지 나서서 갈등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 지도층은 여전히 20세기의 편협한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 의장의 발언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일본 측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일본이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식민지배 시절 범죄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인정과 반성에서부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는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발언에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위안부 할머니 사망 후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있어 공식적으로 비판성명을 낼 계획은 없다"면서도 "안 그래도 한일관계가 나빠지고 있는데, 국회의장과 여당이 일본을 계속 자극해서 과연 얻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 바뀌었다고 나라 약속 뒤집나"

    13일 교도 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문 의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많은 국민이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문 의장에게 사과와 철회를 요구한 사실도 전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추가 논의가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015년 한일 합의를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나라 사이의 약속이 뒤집히면 관계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상 등도 유감을 표명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1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베 총리가)조화를 보내고 문상이라도 한 번 갔으면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기존의 견해를 분명히 했다.

    日 매체·네티즌, '부글부글'

    일본 측은 문 의장이 일본사회가 신성시하는 일왕을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이 방한하려면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저지른 일에 대해 일왕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일본 매체와 네티즌은 무엇보다 문 의장이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표현한 것을 집중부각했다.

    일본 측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까지 항의 표시를 해 양국의 외교 갈등은 더욱 얼어붙을 조짐이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13일 서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회동해 문희상 국회의장의 최근 '일왕 사죄' 발언에 항의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누카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의 발언이 "귀를 의심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제대로 반성해 한일관계를 위해 일해주기를 바란다"고 이 총리에게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