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18 북한군 침투설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한 때 화두가 되었던 손혜원, 서영교, 김태우 폭로, 우윤근 수뢰설, 이 정부 유력인사들의 비위에 관한 감찰보고서 묵살, 민간인 사찰, 김경수 판결문이 적시한 문대통령 선거캠프 차원의 여론조작, 문다혜 일가 해외이주, 문재인-김정숙-김경수-드루킹의 연결 관계 여하, 하는 등등의 중요한 논점은 완전히 땅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수세에 몰리면서도 딱히 반격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던 운동권 집권 측에게는 이 사태는 하늘에서 내려온 한 줄기 회생의 동아줄이 된 꼴이다. 그래서 지금의 국면은 이른바 ‘5. 18 폄하 세력’에 대한 운둥권 혁명세력의 일대 헌팅(사냥)이 시작된 형국이다. 한국의 일부 보수정파는 공세를 한 순간에 수세로 바꿔놓는 신통한 재주라도 가진 모양이다.

     자유한국당 대표 선출이 있는 이 시국에서는 마땅히 그간에 저절로 굴러들어온 운동권 집권 측의 각종 의혹을 향해 야당이 일제히 착검을 하고 총검술로 죽기 살기 공격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 그러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하루아침에 정세가 180도 뒤집혀 상대편의 공격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병법인가?

      지금 운동권은 다시 광화문광장을 촛불군중으로 메워 김경수를 법정구속 한 판사를 비롯해 전체 사법부를 자기들 발아래 꿇리려 하고 있다. 3권 분립이 아니라 3권 통합을 하고 그것을 ‘민중민주주의 권력’의 획일적 통제 하에 두려 하고 있다. 이 홍위병 폭거를 끝없이 밀고가 보수야당을 궤멸시키고 미북 정상회담을 거쳐 종전선언-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미군 전략자산 영구 철수-유엔사 해체로 가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군철수로 갈 것이다. 그 다음이 남북 연방제다. 연방제를 법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2020 총선에서 압승하려 할 것이다.

      운둥권의 이 전략을 뻔히 눈앞에서 보면서도 웰빙 보수-얼치기 강남좌파, 그리고 그 반대쪽 우파 탈레반들은 각기 “어떻게 하면 좌파 대세의 미움을 받지 않고 적당히 중도 운운 하며 좌파혁명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또는 “어떻게 하면 내 생각만 고집하고 다른 우파 생각은 적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우파 전체의 손해를 초래할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이런 일탈(deviation)--웰빙 기회주의와 탈레반 근본주의의 이 두 일탈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한 계몽된(enlightened) 지성적 자유 -보수-우파의 영역을 자유민주 진영에 확고하게 터 잡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수 우파는 왜 전략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주조종실(主調整室) 기능이 없는가? 모두가 다 서로 잘났다고 우기기 때문에 주조정실이란 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좌익은 이게 된다. 어쨌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억지로는 안 된다. 그래서 싸움에 번번이 져도 그건 자초지화(自招之禍, 스스로 불러들인 화)다. 망해 싸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말이 심했나? 취소, 취소. 아니에요, 여러 분들 하시는 게 맞습니다, 아무렴요. 이의 없읍네다. 잘 몰라서 한 소리외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9/2/1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