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 조국을 위한 기도


     최응표(뉴욕에서)


    이 땅의 거짓과 위선과 부조리에 대해,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노예화(奴隸化)에 대해 절규하다 십자가를 지신 주님,

    어찌하여 이 민족에게는 죽음보다 가혹한 시련을 이처럼 오래도록 주시는 지요?

    햇볕이 사라진 저 어둠의 땅에서 이유 없이 맞아 죽고, 얼어 죽고, 굶어 죽으며 토해내는 북녘 형제들의 울부짖음을 언제까지 듣고만 계시려는 지요?

    저 북녘의 꽃제비들(먹을 것을 찾아 시장바닥을 헤매는 어린이들)이 동상으로 문드러진 맨발을 끌며 시장바닥에서 음식 쓰레기를 뒤지는 참상을 언제까지 두고 보시려는 지요?

    죽지 못해 두만강을 건너 옥수수 한줌을 구하려다 붙잡혀 되놈들의 성노예(性奴隸)로 끌려가는 북한 여성들의 처절한 생명을 언제까지 그대로 내버려 두시렵니까?

    아직 때가 이르지 안 했다면, 주님의 그 때가 언제인 지요? 말씀 좀 해 주세요.

    이제 기해년 새해에는 얼어붙은 이 어둠의 땅에서, 당신의 정의와 진실과 사랑의 힘이 고난과 시련과 악의 그림자를 몰아내고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이 되도록 축복을 내려 주소서.

    에스겔 선지자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돌 같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 같은 부드러운 마음을 주리라”고 약속하신 그 축복을 기해년 새해를 맞는 이 민족에게도 허락해 주소서.

    하늘을 두려워하고, 역사를 두려워하며 사람을 두려워하는 사회, 정직과 양심과 도덕적 권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는 축복을 내려주소서.

    그리고 먼 훗날 역사의 법정에 섰을 때, 후세들의 미래를 위해 땀과 눈물과 정성을 아낌없이 바쳤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 주소서.

    어둠과 위선으로 가득 찬 악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사랑과 정의, 평화와 자유, 그리고 사람을 존중하는 가치 중심 세력이 이 땅의 모든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희망의 새해로 만들어 주소서.

    예수까지도 십자가에 못 박았던 인간의 잔악함과 오만을 누그러뜨려 주시고, 2천 년 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인간의 노예화에 대해, 사회 지도층과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에 대해 피를 토하던 예수의 그 절규가 무너져 가는 이 땅의 모든 원칙과 정의와 양심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새해가 되게 하소서.

    정치는 인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허용돼야 한다는 유교의 근본정신에 따라 정치 쓰레기들과 역사쓰레기들을 깨끗이 청소해내는 아름다운 새해가 되게 하소서.

    스팬서 존슨이 ‘누가 내 치스를 옮겼나?’에서 말하는 변화의 바람이 썩어가는 이 땅의 모든 부패물과 적폐(積弊)를 말끔히 날려 보내고, 희망의 새싹이 자랄 신선하고 비옥한 토양을 허락해 주소서.

    끝으로 역사는 언제나 진실과 사랑이 승리하는 쪽으로 흘러 왔고, 폭군과 학살자는 반드시 쓰러진다는 간디의 신념을 되새기며,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굳은 의지력과 지혜를 허락해 주소서.

    거짓말을 잘 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해야 성공한다는 하늘의 법칙이 온 민족의 가슴에 새겨지는 그런 축복을 내려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