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6·12 싱가포르 공동 성명’에 담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와 관련해,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선닷컴 12월 22일자 기사다.

     

     한 마디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것과 북한이 생각하는 것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이야기다. 이렇다는 사실을 북한이 공식 천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6. 12 싱가포르 ’합의‘ 따위는 없는 것이란 결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방 맞은 모양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그간의 외교적인 수사학은 결국 꽝이었나? 그렇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는 ”당신 말이 틀리지 않았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고, 북한으로부터는 ”큰 소리 치더니 아무 것도 해낸 게 없지 않으냐“는 불평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는 한 치의 여유 없이 좁아졌다.

     

     이건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의 전반적인 위기로 증폭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동안 남복관계 운전자 론(論)에 너무 많이 올인 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만 좋아지면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90%의 정권의 ’존재의 이유‘가 꽈당 했다. 그렇다면 이건 외교참사를 넘어 정권 존립 역량의 ’휘청‘을 의미한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왜 그렇게 한 가지 프로젝트에 거의 99% 베팅을 했다는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균형을 그나마 지탱하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사임했다. 후임으로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트럼프의 과격(?)한 미국우선주의와 코드를 같이하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럴 경위 미국의 대북 선택(옵션)도 더욱 예측 불가의 긴장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정부 도외시, 일방적 자세도 더 굳어지리란 예감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도 '당영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쳤다. 이 교착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물으나 마나다. 별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정세를 배경으로 국내정치에서도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 수사관의 폭로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더 떨어질 것이고, 운동권 정권의 국정장악력과 지지기반도 더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권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런대로 지속가능할 것이다. 왜? 자유한국당이 전혀 맥아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호재가 통 째 굴러오는데도 그걸 제대로 받아삼키지를 못하고 있다. 그럴 능력과 순발력과 에스프리(정신)를 가진 세력이 아니란 뜻이다. 집권 측은 이 점에서 아주 럭키(lucky)한 사람들이다. 비바(Viva), 문재인 정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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