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파시스트 선동" 독설… KBS공영노조 "국보법 위반, 궤변 멈춰라" 반박
  • '김정은 찬양 인터뷰'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KBS 1TV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편파성과 공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KBS 내부 등에선 해당 프로그램의 편파성을 연일 지적하는 반면, 일부에선 해당 방송을 비판하는 진영을 "자유민주주의의 적" "시대착오적 파시스트 선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21일 방송계에 따르면 한국PD연합회(회장 류지열·이하 PD연합회)는 20일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논란을 빚은 '김정은 환영단'은 자생적 모임이고,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라며 "이 단체의 구호와 활동이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PD연합회 "다양한 소수 의견 존중·반영해야"

    이들은 "김정은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체제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같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건강한 담론이 형성되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기능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KBS공영노조(이하 공영노조)가 '김정은 찬양 인터뷰'를 내보낸 해당 프로그램의 편파성과 공정성을 연일 지적하는 것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오늘밤 김제동>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셈이다. 그래서인지 PD연합회는 이날 성명의 대부분을 공영노조와 해당 방송에 대해 사실상 징계 절차에 착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를 비난하는 것에 할애했다.

    PD연합회는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장의 인터뷰가 포함된 12월 4일 방송분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이 통째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당 의원들의 출연 자제를 권고했고 ▲KBS공영노조는 양승동 사장과 제작진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을 심의에 회부했다는 저간의 경과를 설명한 뒤 "이러한 반응은 시대착오적이며 파시스트 선동에 가깝다"는 독설을 퍼부었다.

    김수근 단장의 인터뷰는 방송을 통해 체제 내로 흡수했기 때문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자체 해석을 내린 PD연합회는 "'오늘밤 김제동' 측을 고발한 KBS공영노조가 되레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탄압하는 마녀사냥이자 파시스트의 행동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는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탄압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북한 김정은이 아무리 밉고 그를 찬양하는 게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인정해야 한다는 게 PD연합회의 주장이다.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 시대착오적 발상"

    PD연합회는 "12월 4일 방송분은 김수근 단장 인터뷰를 2분가량 보여준 뒤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토론을 18분가량 이어갔다"며 "이날 이준석 최고위원은 '보수 정치권에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치권의 분위기를 전했고 신지예 위원장은 '김정은 환영단이 사용하는 단어와 태도가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밝히는 등 MC 김제동을 포함한 패널들은 김수근 단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뒀다"고 했다. 공정성 문제는 없다는 주장이다.
  • ▲ 양승동 KBS사장 ⓒ 뉴데일리
    ▲ 양승동 KBS사장 ⓒ 뉴데일리
    이들은 <오늘밤 김제동>의 이적성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한 공영노조를 겨냥,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각한 자들이 '노조'라는 방패를 앞세워 공영방송 KBS 안에서 칼춤을 추고 있다"고 폄훼하는가 하면, 지난 18일 심의위원 만장일치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한 방심위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PD연합회는 "정치권과 방송계의 극우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방송통신심의위도 슬그머니 '오늘밤 김제동'을 심의하기로 했다"며 "방심위가 눈치보기 끝에 소신을 저버린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에 방심위가 '오늘밤 김제동'을 제재한다면 공영방송의 기능에 재갈을 물리고 나아가 시청자의 권익을 침해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테러집단이나 마약업자가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때 이를 보도하면 이 단체의 주장을 알리는 결과가 되므로 제재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김일성 만세, 한국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다"는 시인 김수영의 시구를 인용하며 "위인맞이환영단 현상이 우려스럽다면 이를 공론화하고 자연스런 비판에 노출시키는 게 체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밤 김제동'을 마녀사냥 하는 세력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87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PD연합회는 국내 방송 프로듀서 단체이다. PD연합회보 발간, 국제 교류와 학술연구 등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양승동 KBS사장은 21대 회장(2007~2008년)을 지낸 바 있다.

    KBS공영노조 "국보법 위반 알고도 인터뷰 내보내"

    PD연합회의 성명으로 졸지에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각한 자들'이 된 공영노조 측은 같은 날 오후 '오늘밤 김제동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이적 선동'이라는 성명을 내고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히 소수 의견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수근 단장의 국보법위반 혐의를 알고도 국민이 보는 공영방송 매체를 통해 김씨의 이적성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영노조는 "KBS를 상대로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단체(PD연합회 등)가 '오늘밤 김제동'을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옹호하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현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권과 아주 닮은꼴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공영노조는 "중요한 것은 '오늘밤 김제동'에서 방송한 김수근 씨의 인터뷰는, 김씨 등이 이미 광화문 등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김정은은 존경스럽다', '김정은은 위대하다'라고 발언해 국가보안법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뒤의 일이라는 점"이라며 "국가보안법상 명백하게 이적성이 있는 김씨의 주장을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소수의견이라는 이유로 제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될 것이고 결국은 안보해체의 가속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서 '테러·마약 예찬 인터뷰' 본 적 없어"

    또한 공영노조는 "'테러집단과 마약사범을 TV에서 보도하는 것도 결국은 그 단체의 주장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보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는 PD연합회의 논리는, 테러와 마약범죄를 취재·보도할 때 ▲테러와 마약 예찬 인터뷰를 담은 전례가 없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전제로 보도하는 것이지 테러와 마약이 좋다고 홍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성창경 KBS공영노조위원장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민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보도는 못할 망정 오히려 국보법 찬양고무죄에 해당하는 김정은 찬양 당사자를 섭외해 해선 안 되는 방송을 하고 국민에 충격을 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오늘밤 김제동'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