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하는 모습 보여라" 야권서 결단 촉구… 유 의원 "아직 계획 없다" 선 그어
  • ▲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 ⓒ뉴데일리 DB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면서 '보수통합' 불씨가 살아났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나온다. 보수통합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가장 주목받는 이는 역시나 범보수 대선 주자로 이름을 올린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다.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바른미래 공동대표를 사퇴한 뒤 '잠행'을 택했다. 그러나 이학재 의원 복당으로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바른미래당 보수계의 리더 격인 유 전 대표에게 관심이 쏠렸다. 이른바 '유승민계'라고 불리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거취가 유 전 대표의 결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계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새누리당 출신인 이혜훈·지상욱·오신환 의원 정도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도 한때는 유승민계로 분류됐지만, 최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의원이 움직여야 보수계 의원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는데 유 의원은 아직 "복당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유승민 리더십, 희생이 없다" 쓴소리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전 대표가 리더로서 능력을 보여주려면 자기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본인이 정말 리더십을 발휘하기 원한다면, 자기 고집만 내세울 게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한국당으로 오기 희망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놓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보수계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에 있으면 2020년 총선에서는 전멸이다"라며 "바른미래는 지방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이미 국민 손에 사망선고를 받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으로 오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당 차원에서도 아까운 인재들이 많다. 유승민이 진짜 리더라면 가능성 있는 사람이라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바른미래 의원들이 한국당 입당을 희망한다는 사실은 지난 18일 복당한 이학재 의원의 입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보수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내부 개혁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에서는 오래전부터 '한 지붕 두 살림'을 한다는 말이 나왔다. 호남계가 주축이 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는 평가였다. 

    지난 9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로 당이 시끄러워졌을 때도 간극을 확인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 의원이 '당 정체성'을 놓고 대립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고, 지 의원은 '북핵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 당 정체성은 개혁 보수다'라고 맞섰다. 당시 언론도 분당 가능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보수·우파, 유승민 '결단' 기다린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이 더욱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줘야 통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지만, 한국당은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는 입장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대통합'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줬고,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현역 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에서 탈락시키면서 당 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 생리를 알기에 보수·우파 진영은 반문(反文)연대를 띄워 통합 구심점을 제공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이제는 유승민 의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기다. 계산기 두드릴 때가 아니다"라며 "선거는 우선 뭉치고 봐야 한다"고 했다. 

    통합파인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도 "(보수 통합은) 유승민에게 달려 있다"면서 "유승민 전 대표가 본인은 면이 안 서더라도 보수를 위해 나를 희생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