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제작진이 친북발언 유도"… 방심위 심의위원들 '의견진술' 만장일치 결정
  • 방송인 김제동 ⓒ 뉴데일리
    ▲ 방송인 김제동 ⓒ 뉴데일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위원들이 여야를 막론, 만장일치로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방심위가 과징금이나 관계자 징계 등의 법정제재를 내리기 전, 해당 방송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말한다. 앞서 언론감시단체 미디어연대는 지난 4일 방송된 '오늘밤 김제동'의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장 인터뷰가 헌법 및 방송법 등을 위반했다며 방심위에 제재조치를 신청한 바 있다.

    방심위는 지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를 직접 불러 방송 경위를 들어본 뒤 지난 4일 방송분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9조의2 1항과 제33조 2항(법령의 준수 : 방송은 위법행위를 조장 또는 방조해서는 안된다)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제29조2의 1항'은 2014년 신설된 조항으로,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영섭 "갈 길 잃은 주사파들의 전략"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소위원회에서 여권 추천 인사인 심영섭 심의위원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갈 길을 잃은 주사파들의 '틈새 전략'이란 생각이 든다"며 "(김수근 단장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주장을 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유도하고 이끌어낸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위원은 같은 여권 추천 인사인 윤정주 위원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란 말 보도 자체가 안 되는 거냐. 신문도 보도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누가 어떤 주장을 했다고 (보도를) 하는 것과, 인터뷰를 통해 자기주장을 할 수 있도록 방송 시간을 내주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심 의원은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치는 게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 맞지만 방송소위는 김수근을 제재하는 게 아니라 방송 내용을 심의해야 한다"며 심의 대상은 인물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프로그램 구성만 놓고 보면 타 방송에서 조선중앙TV의 프로그램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논평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삼 "KBS=북한TV라는 말까지 나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전광삼 상임위원도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전 위원은 "'오늘밤 김제동' 때문에 KBS가 '조선중앙TV'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개탄하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어떤 의도로 국가보안법까지 위반하며 이 사람을 인터뷰했는지 반드시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추천 인사인 박상수 위원은 "공영방송은 국민이 필요로 하고 관심 갖는 내용을 방송 소재로 다뤄 수신료를 받는 공적 매체로서의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 추천 인사인 윤정주 위원은 "김수근씨의 출연 여부보다는 방송 진행자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끌고 가느냐가 더 중요한데, 이날 방송에선 김씨의 터무니없는 발언을 잘 지적했다"고 나름 균형을 갖춘 방송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허미숙·심영섭·윤정주)과 야권 추천 위원들(전광삼·박상수) 간에 일부 의견차가 대두됐지만 결론적으로 모두 '의견진술'을 결정함에 따라,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심의는 내년 1월 중순 열리는 방심위 의견진술 청취 회의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천영식 이사 "KBS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야"


    한편 19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천영식 이사(야권 추천)는 지난 18일 방심위가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의견진술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어차피 방심위에 출석해 의견진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KBS이사회에서 '오늘밤 김제동'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KBS이사회는 오는 21일 개최되는 KBS 운영위원회(강형철 이사, 김영근 이사, 김태일 이사, 황우섭 이사 등 4명으로 구성)에서 '오늘밤 김제동' 안건 상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