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의 반란, 종전선언 사기극 막아내기를...
  •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료가 익명으로 자신은 트렴프 진영 내부의 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뉴욕타임스에 트럼프의 나쁜 점을 글로 고발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누구인지 안고다 했다. 미국은 이 글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며칠 전엔 왕년에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Fear)’가 트럼프의 엽기적인 행태를 폭로한 바 있다.  "백악관은 정신병동 같다. 트럼프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끼리 싸우고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부하들을 모욕 주며 부하들은 트럼프를 흉 본다. 바보, 머저리, 쥐, 개, 지진아, 미친 동네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이번의 익명의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좌익적 저항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고 있는 딜레마는, 자신의 행정부 안의 많은 고위관료들이 그의 어젠다와 최악의 성향 일부를 좌절시키기 위해 안으로부터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도된 충동들을 저지하기 위해 그가 현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든 걸 다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요지부동의 지지지자들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은 경제가 번성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미국 내륙의 중하층 백인 대중은 인텔리들이 뭐라고 트럼프를 비난하든 계속 그를 지지할지 모른다. 민주당의 그 잘난 리버럴들이 워낙 구역질나게 위선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조차 ‘레지스탕스’가 일어났다는 것은 트럼프에겐 치명상이었다고 할 만하다. “오죽하면 내부의 고위관료까지...”라는 개탄이 여론의 대세를 이룰 경우 트럼프는 도덕적-정치적으로 대형 참사를 당한 게 된다. 반대로 그의 지지층이 위기감과 반발심을 느꼈을 경우엔 결과가 달리 나타날 수도 있다. 트럼프와 그의 적(敵)인 지적(知的) 상류층의 어느 쪽이 더 설득력과 공감을 사느냐가 사태의 추이를 결정지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에겐-특히 ‘1948년의 대한민국’ 탄생의 이유와 정체성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겐 이 사태가 왜 중요한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과 같은 남북관계를 초래한 중요한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김정은을 미친 ‘로켓 맨’이라고 욕하며 강력한 대북제재를 밀어붙이던 사람이다. 그렇던 그가 요즘엔 김정은을 향해 “우리는 환상적인 관계”라고 치켜세운다.

     그렇게 해서 트럼프가 챙기고 있는 건 무엇인가? 그 개인의 정치적 이득이다. 그는 미국의 국가이익 이전에 그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한반도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점이 분명히 있다. 그는 공적(公的)인 것을 사적(私的)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공(公)과 사(私)의 이득을 동시에 겸비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적인 인기가 올라가는 것하고, 처음부터 사적인 동기가 번뜩이는 것하곤 전혀 다르다. 미-북 싱가포르 회담 때 월스트리트 저널(WSJ) 사설도 그런 각도에서 트럼프의 자세를 비평했었다.

     이런 그가 이제는 그의 고위 수하(手下)들에 의해서도 배척받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반(反)트럼프 레지스탕스’의 반란의 변(辯) 가운데 하나도 자신들은 ‘트럼프를 위해서’보다는, 미국의 민주제도를 지키기 위해 일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트럼프가 그 만큼 국가 이전에 자기 자신을 위해 공적인 일을 사물(私物)화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정은에게 오늘의 기회를 안겨준 트럼프-11월 중간선거 등,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김정은을 구슬려볼까 해서 그의 연두교서 연설 때 목발을 높이 들어 올려 보이던 탈북자와 북한인권 참상을 여지없이 걷어찬 트럼프가 과연 어찌 될는지, 두고 볼 일이다.

     트럼프가 만약 조급한 나머지 김정은의 종전선언을 받아먹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라면, 그의 그런 오도된 충동이 안팎의 '레지스탕스'에 의해 저지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9/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