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1심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
  • 여중생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6일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여중생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6일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씨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계획적 범행'이라고 봤지만, 2심은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우수)는 6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폭력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이영학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지만, 교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사형에 처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영학은 장애인으로서 어렵게 살아온 관계로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가져온 가치 체계나 가치관을 갖기 어려웠다”며 “이영학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그가 저지른 범행만을 보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살인·사체유기 등 범행 과정이 계획적으로 볼 수 없고, 살해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으며, 사건 직전 극심한 정서 불안 등이 있었고, 살인 범죄의 재범 우려가 매우 높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딸의 친구인 여중생 A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자신의 계부가 최씨를 성폭행했다고 허위신고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며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지휘한 것만으로도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혐오적”이라며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진심 어린 반성이라기보단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안간힘 쓰는 위선적인 모습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이영학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15)에 대해서는 1심의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유지했다. 미성년자는 소년법에 따라 모범적 수형 생활을 할 경우 단기형 복역으로 형 집행을 종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