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은혜 교육부총리 지명자는 아들의 위장전입을 시인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하느라 잘 돌보질 못했다...”라고 말했다. 유 지명자의 위장전입이나 그의 부총리 지명 자체를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민주화 운동 출신들이 그 경력을 어떤 상황의 ‘해결사’처럼 내세우는 게 보기에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은 젊은이들이 권위주의 정부들의 지나침에 항의했다 해서 그걸 너무 심하게 때리고, 너무 심하게 때리니까 젊은이들이 더 독하게 대든 상승(相乘)적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산업화 세력과 그들을 감싸는 쪽도 십분 헤아려 보는 성찰을 이젠 할 만 하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 쪽이 “나 이런 사람이요” 하는 식으로 그 경력을 자꾸 ‘사용’ 하려 하는 것도 보기에 민망하고 쑥스럽다. 민주화 운동을 했을수록 “뭘요...” 하며 겸양하면 세인의 공감을 더 살 것이고, 그걸 무슨 자산이나 면죄부처럼 써먹으려 하면 오히려 위화감을 살 수도 있다.

     역사에서는 일을 잘 한 쪽도 있고, 저항을 잘한 쪽도 있다. 양쪽 다 역사를 만든 ‘그들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민주화도 자리가 있고 산업화도 자리가 있다. 어느 한쪽만 조명 받고 다른 한쪽은 그늘에 가려져서는 전체적 역사인식이나 역사서술이라고 할 수 없다.

     요즘엔 민주화 쪽이 산업화 쪽을 ‘궤멸대상’으로 친다고 한다. “모진 시어머니한테 시집살이를 되게 한 며느리가 늙어서 시어머니가 되면  오히려 며느리한테 더 모질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민주화 세력이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9/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