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의 성과가 100% 이상이라고?한숨 짓는 국민들에게 크게 한번 당하지...
  • 李 竹 / 時事論評家

      다소 장황하지만, 최근 아무개 신문의 기사 몇 조각이다. 상황 인식을 돕는 차원에서 그대로 인용했다. 

      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② 볼턴 보좌관은 이날[9월 5일]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 약속을 했다. 1년 내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1년 시간표’가 언급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지 못한다”며 “설령 알아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③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시한까지 제시하며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 회의에서 “특사단 결과가 정말 잘됐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북·미 대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를 갖게 됐다”고 했다.

      분명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누군가에는 기사를 내보낸 신문도 해당될 수 있다. 어쨌든...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북녘의 비핵화’가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냐를 떠나서, 그 ‘비핵화’라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사기성’(詐欺性)을 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방적인 선언·조치나 대화와 협상, 이런 것들에 의존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신기루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고나 할까.

      ① ‘속이는 자’는 계속 속인다. 거짓말을 변명하거나 잡아떼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연속될 뿐이다.
      ② ‘속을 자’는 어떻든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때론 ‘속는 척’이라고 하지만, 알면서도 ‘속아 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당하게 된다. 
      ③ ‘속은 자’는 계속 속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속이는 자’가 되고 만다.

      지난 시절 동안 이 나라-안보 책임자들과 적지 않은 국민들-는 북녘이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해도,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을 무수히 바다에다 처박아도 저들의 ‘조선반도 비핵화’를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지 할애비와 애비까지 팔아가면서 “선대(先代)의 유훈”을 짖어대는 통에 심하게 내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할애비 애비까지 갖고 장난질 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니까.

      그 와중에 드디어 북녘 세습독재자의 아가리에서 “핵무장 완성”과 “핵보유국 달성”과 “핵 보검” 등등이 거침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닭 쫓던 강아지’ 신세가 된 ‘순진’이들이 때늦게 “비핵화”를 외쳐봤지만, 상대는 막무가내로 나간다. 
      속이기를 골간으로 적절하게 개무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 X뀌고 나서 협박... 등등. 시간이 흘러 그런 일들이 일상화되고, “비핵화”를 부르다 지친 ‘순진’이들 중에는 속수무책의 ‘멍청’이로 변해 갔다.

      그렇다. 한두 번 속으면 ‘순진’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이 같은 일을 가지고 여러 번 속는 건 ‘멍청’하다고 한다. 그런데...

      거짓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속아주고’, 더하여 주변에 “같이 속자!”고 유혹·회유·압박·공갈을 해대는 것은 모르긴 몰라도 ‘음흉’하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걸맞게 뜻하거나 목적하는 바가 분명 있고...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5일 “북핵에 모든 것을 걸면 남북 관계가 잘 안 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해 “이번 특사단 방북은 정말 100% 이상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줬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녘 세습독재자의 흑심(黑心)과 그가 손아귀에 쥐고 있는 핵무기의 엄청난 위협이 정작 어디에 미치고 있는가를 충분히 알만한 양반네 아닌가. 그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실로 진이 빠진 ‘순진’이와 멍 때리는 ‘멍청’이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작태라는 거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거듭 신뢰를 표시한 데 대해 “감사하다”며 “함께 해낼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실무 총책임자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할 일이 산적하다”며 신중히 반응했습니다...=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속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속을 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나 저들은 태평양이라는 아주 넓은 바다 건너편에 있지 않은가. 설령 이 나라의 ‘아직은 동맹국’이라지만 말이다. 이렇듯...

      이럭저럭 그 무슨 ‘특별사절단’이란 게 가고 온 걸 기화로 다시 한 번 ‘비핵화’와 그걸 둘러싼 무리들의 본심이 드러났다. ‘속인 자’와 ‘속을 자’와 ‘속은 자’들 각자의 속심으로 미루어, 이 나라 국민들은 한숨이나 지을 형편이 된 듯하다. ‘음흉’한 너털웃음 소리를 들으며, 그저 ‘순진’과 ‘멍청’으로 남을 수밖에 없나 하고. 그러나...

      ‘순진’과 ‘멍청’도 그 삶과 행복, 그리고 그걸 누릴 자유를 순순히 사기(詐欺) 당하거나 빼앗기지는 않는다. 결코 그런 일에는 쉽게 눈을 감지 않는다. 그리고 행동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 ‘특별사절단’의 ‘100% 이상 성과’ 중 대부분이 그 결심들을 재촉하는데 크게 기여할 듯하다. ‘성과의 너털웃음’은 그날이 벌써 가까이 왔다는 조짐으로 들려오고 있다.

      며칠 전까지의 그 엄청난 더위도 늦장마비 한방에 맥없이 꺾였지 않았는가.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