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도 유네스코 간다 왜색 논란 넘어 문화유산 가치 재조명아카이브 구축·무형문화유산 지정 추진박강민 "한국인 삶 기록한 살아있는 문화"
  • ▲ 지난 4·5월 서울 장충체육관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성황리에 열린 '미스트롯4 TOP7 전국투어 콘서트' 장면. ⓒ뉴데일리
    ▲ 지난 4·5월 서울 장충체육관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성황리에 열린 '미스트롯4 TOP7 전국투어 콘서트' 장면. ⓒ뉴데일리
    한 세기 넘게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노래해 온 트로트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트로트를 대중가요의 한 장르를 넘어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시키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건 전문 기관이 출범해서다.

    22일 공식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Korea Trot Culture Institute·원장 박강민)은 "트로트의 역사적 가치 정립과 체계적 보존 사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의 출범은 단순한 문화단체 설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트로트를 학술 연구와 기록 보존의 대상으로 삼고, 이를 미래 세대에 전승할 국가적 문화자산으로 육성하겠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은 올해 초 서울시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뒤 학계와 음악계, 방송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해 왔다. 고문단과 자문위원단 구성도 마쳤으며, 앞으로 연구·기록·교육·전시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문화원은 트로트가 단순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음악 장르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정서와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아온 문화 기록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트로트는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으며 수천만 명의 국민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오랜 기간 왜색 논란과 정치적 편견 속에서 문화적·학술적 평가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반면 프랑스의 샹송, 이탈리아의 칸초네, 자메이카의 레게 등은 국가적 지원 체계와 연구 기반을 갖추며 국제 사회에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왔다. 문화원은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트로트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화원이 제시한 청사진도 구체적이다.

    우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상설 공연장과 전시 공간, 연구 시설을 갖춘 '트로트 문화관' 조성을 추진한다. 또한 음반과 방송 자료, 공연 포스터, 악보, 작곡가 및 작사가 관련 기록, 팬덤 자료 등 흩어져 있는 각종 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대규모 아카이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문화원은 이를 기반으로 국내 무형문화유산 지정 절차를 추진한 뒤, 장기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공동으로 탱고를 유네스코에 등재한 사례도 주요 참고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이번 출범에는 학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트로트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박진수 가천대 교수와 정윤길 동국대 교수, 장유정 단국대 교수를 비롯해 원로 작곡가 안치행, 가수 임희숙, 조갑출 예우회 회장, 임병관 원음방송 국장 등이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최애라 전 SBS 라디오국장, 가수 이상우, 윤중식 전 국민일보 기자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운영을 지원한다.

    문화원은 앞으로 현역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들이 참여하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추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 엔카 등 해외 전통 대중음악과의 비교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국내외 연구 네트워크 구축 역시 주요 과제로 추진된다.

    박강민 원장은 "트로트는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집단 기억의 보고"라며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학술적으로 연구해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승하는 것이 문화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로트를 한국만의 문화 콘텐츠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세계인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유산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 관계자 역시 "그동안 트로트는 대중적 영향력에 비해 기록과 연구 기반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문화원 출범을 계기로 보존·연구·전승 시스템을 구축해 트로트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원은 출범과 함께 트로트의 역사와 세계화 전략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트로트 전문 매체 '트롯뉴스'를 통해 관련 연구와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100년간 한국인의 애환과 정서를 노래해 온 트로트가 세계 문화유산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