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정 근거로 민간업자 책임 부인대장동 사업 초기 손해는 원주민만 부담
  • ▲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상대로 대장동 원주민 측이 제기한 3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재판장 김경진 부장판사)는 17일 전의 이씨 전성군 시평간공 사직공파(평산종중)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등을 상대로 낸 30억 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원고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장동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민간업자들이 초기 토지 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종중 측이 주장한 배상 약정과 관련해 약정 당사자를 씨세븐 법인으로 보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개인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초기 토지 확보 과정의 손해를 주장하는 원주민 측과 달리, 대장동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민간업자들에게는 민사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됐다.

    해당 소송은 대장동 개발 초기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시행사 씨세븐과 원래 토지주였던 종중 간 거래에서 비롯됐다. 2009년 대장동 일대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평산종중은 씨세븐과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종중 소유 토지에 채권최고액 287억 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당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씨세븐에 합류해 토지주들을 상대로 이른바 '지주 작업'을 맡았다. 남 변호사는 씨세븐 대표이사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중 입장에선 자신의 땅을 담보로 개발 자금 조달에 협조한 셈이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에 관여하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영개발 방침을 세우면서 기존 민간개발은 사실상 좌초됐다. 사업이 틀어지자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들은 담보로 잡힌 종중 토지에 대해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종중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며 손해를 떠안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2011년 7월께 씨세븐의 지분과 경영권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측으로 넘어갔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사업 주도권을 확보한 뒤 김만배씨 등과 함께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4·5호 등을 통해 막대한 배당 이익과 시행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종중 측은 남 변호사가 사업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했다며 이를 근거로 배상을 요구했다. 피해 규모는 200억 원 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소송 인지대 등을 고려해 청구액은 30억 원으로 정해 2021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이 사건과 별개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형사 재판도 받고 있다. 이들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사건은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 범죄"라고 판단해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징역 4년과 5년을 각각 선고받았으며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