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치지 말라" vs 선결조건 요구 … 협상 전부터 기싸움
  • ▲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
    ▲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양국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종전 협상에 나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협상은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JD 밴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대표단을 꾸려 파견했고,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 핵심 인사들도 포함됐다. 이란 역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강경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 기대감을 언급하면서도 '장난치지 말라'는 공개 경고를 날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 결렬 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 이란은 레바논 휴전과 자국 동결자산 해제를 협상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양국이 휴전 기간 동안 해협을 개방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란은 통행량 제한과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며 실질적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이 핵무기 못지않은 전략 자산임이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으로서는 유가 안정과 직결된 해협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원천 차단하는 성과까지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농축 권한 인정 여부가 주요 협상 카드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를 넘어서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크다. 그는 1기 행정부 시절 해당 합의에서 일방 탈퇴한 바 있다.

    반면 이란은 제재 전면 해제, 미군 철수, 농축 권한 인정, 전쟁 피해 보상 등 강경한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요구와 간극이 큰 데다 일부 사안은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휴전 범위와 협상 의제 자체에 대한 합의도 아직 명확하지 않아, 협상 개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판을 쉽게 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여론 부담 속에서 조기 마무리를 원하고 있고, 이란 역시 협상을 통해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양측이 짧은 휴전 기간 내 각자의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느냐다. 입장 차가 큰 만큼 휴전 연장과 추가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