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거론했던 '파월 수사 검토' 현실로파월 "美국민 위한 임무 계속할 것" 의지 표명공화당 의원 반발에 연준 새 의장 임명 교착 가능성도정치권 충돌이 자산시장으로…美지수선물 일제 하락
  • ▲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 개보수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사 내용을 설명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APⓒ연합뉴스
    ▲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 개보수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사 내용을 설명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APⓒ연합뉴스
    미국 연방검찰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수사의 칼 끝을 겨눈 가운데, 파월 의장이 '정면 돌파'를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파월 의장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하는 등 자본시장 전반으로 '셀 아메리카' 움직임이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각) 밤 연준 홈페이지에 긴급성명을 내고 "지난 9일 법무부로부터 연준이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문제삼아온 연준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내용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 상원에서의 증언과 관련해 형사 기소를 위협하는 조처"라며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협은 지난 6월의 내 증언이나 연준 건물 개보수와는 관련이 없으며, 그것은 명분에 불과하다"며 "형사 고발 위협의 본질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 공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따라 금리를 결정했다는 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대배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바탕으로 피의자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검찰이 대배심 명의로 소환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이미 기초 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를 목표로 한 수사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이어 파월은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 가능성이 연준 의장직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공적 임무는 때로는 위협에 강력하게 맞서야 하고, 나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확인했듯 미국민을 위한 나의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파월 의장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온 가운데 제기된 새로운 법적 공세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신속한 속도로 거듭 금리인하에 나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뜻을 같이 하지 않는 파월 의장을 공개 비난해왔다.

    그는 연준 건물 개보수 예산의 과도한 집행을 문제삼아 파월 의장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발언도 수 차례 내놨다.
  • ▲ 개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개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건물.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수사에서 다룰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는 2022년 착공됐으며,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예산을 약 7억 달러 초과한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고위 인사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와 대리석 장식 등이 설치된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파월 의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편,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 착수 가능성이 알려지자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의장을 포함한 연준에 대한 어떤 지명자의 인준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혀,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 절차도 '가시밭길'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이 민주당에 13대 11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야당인 미국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원 은행위의 민주당 간사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몰아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연준 의장을 임명해 중앙은행을 장악하려 한다"며 "상원은 트럼프의 연준 지명인사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도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미국 경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CNBC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 시간 기준 오후 11시 57분, 다우존스 지수 선물은 0.49% 하락.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선물은 0.55%, 나스닥100 지수 선물은 0.81% 각각 밀렸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 간의 대립이 한층 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연준의 독립성에 불안함을 느낄 경우, 즉각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