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법무부·检까지 방탄 구조 굳어져송언석 "李 대통령 기민함·권력남용 놀랍다"행정부의 '사법 방탄화' 재편 흐름 노골화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재판에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행정부가 나서는 모습이 연출되며 재판 개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법무부가 나섰다는 논란이 제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재판에 나선 검사들의 감찰을 지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은 '이재명 방탄'에 공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법무부, 대통령까지 나서 삼권분립을 무너트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해 "귀국하자마자 대북송금 공범인 이화영의 재판부터 챙기는 그 기민함과 권력남용이 참으로 놀랍다"며 "대장동 일당의 항소 포기 결정도 그렇게 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정부의 사법개입은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서 큰 논란이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31일 1심에서 대장동 일당 5명에게 4~8년의 징역형과 추징금 473억3365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성남시 피해액으로 산정해 법원에 청구한 7800억 원의 약 6%에 불과한 규모만 추징됐지만, 검찰은 항소 기한이 끝날 때까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항소심은 피고인 측 주장만을 심리하게 된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이 사건과 연계된 이 대통령과 측근 정진상·김용 씨 재판 역시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 배경으로는 법무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검찰 내부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 측에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뜻을 세 차례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국 검사장 15명과 고검 차장검사 3명 등 검찰 간부 18명은 노 대행에게 공개항명성 서한을 보냈고, 노 대행은 지난 12일 별다른 해명 없이 사직했다.

    이 사건은 정권 핵심부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국정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는 의심을 증폭시켰다. 커지는 의심 속에서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는 지난 26일 이 전 부지사의 위증 혐의 재판에서 검사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 뒤 집단 퇴정한 상황을 문제 삼아 수사와 감찰을 지시했다. 7박 10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나온 지시다.
  •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단순 기강 점검이 아닌 자신의 대북송금 재판과 직접 연결된 사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어 술 파티' 의혹과 맞물린 이 전 부지사의 위증 재판은 대통령의 재판과 직접 연결되는 사안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조사받던 2023년 수원지검 청사에서 연어회와 소주를 제공받고, 검찰이 이 대통령과 사건을 엮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 속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증인과 증거 채택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남FC, 론스타 사건 등 과거에도 검사가 재판부 결정에 항의하며 퇴정했지만 이를 이유로 감찰이나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다. 전례가 없다는 의미다. 

    감찰할 규정도 없다. 형사소송법과 대검 예규,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 어디에도 검사 퇴정을 금지하거나 퇴정을 감찰·징계 사유로 규정한 조항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법정에서 다퉈야 할 분쟁의 영역에 끼어든 것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개별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일은) 재판의 영역에서 다뤄야지 대통령이 수사해라, 감찰해라 지시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피고인 본인 재판이야말로 온갖 방법으로 질질 끌었다. 이 대통령 지시대로라면 재판을 방해했던 이재명 변호인들을 먼저 징계하고 수사해야 맞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재명 정부에서 일련의 흐름은 이미 예고된 사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후 인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변호인단 출신이 대거 행정부 핵심 보직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대장동 개발비리·쌍방울 대북송금·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5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재판들에서 활약했던 이 대통령 변호인단 13명 중 상당수가 정권 출범 이후 여의도와 행정부 요직으로 배치됐다. 

    이미 대장동 변호인단이었던 김기표·김동아·박균택·양부남·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총선 공천을 받고 민주당에 똬리를 틀었다. 이 대통령 당선 후에는 또 조원철 법제처장, 김희수 국정원 기조실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상호 법무부 정책보좌관 등 변호인이 권력 핵심부에 배치됐다.

    대통령실에도 이장형 법무비서관,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포진됐다. 행정부 요소요소 마다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인사가 '알 박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야권에서는 정부가 민생 정책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부 운영의 한 축이 '대통령 재판 관리'로 빨려 들어가는 기형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안을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자 노골적인 사법개입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누구든 자신과 관련된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화영 재판에서 검찰의 퇴정 사태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더 위험한 것은 이런 비정상이 진영논리에 따라 정당화되고 익숙해지는 것에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