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의무 국회의장마저 김어준 방송에 얼굴 비추기당정대, 현안마다 뉴스공장行 … 文도 김어준 품으로與에서도 경고음 … "유튜브 권력이 정치 흔들어"
  • ▲ 방송인 김어준 씨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계엄관련 현안질의에서 증언을 마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방송인 김어준 씨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계엄관련 현안질의에서 증언을 마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친여 성향 김어준 씨 방송에 얼굴을 비추며 '김어준 중독'이 깊어지고 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우원식 국회의장마저 김씨 방송에 출연하며 입법·행정부 모두가 유튜브 권력 앞에 고개를 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우 의장은 26일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앞두고 국회가 준비하고 있는 '다크 투어리즘' 홍보에 나섰다.

    우 의장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준 대한민국에서 국민들께 당시 현장을 설명하고, 함께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함께 출연한 탁현민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은 "다크투어는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돌아보는 행사"라며 "12·3 계엄에 대해서도 국회는 다행히 회복됐지만 장소의 기억은 오래 사람들이 갖고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씨도 다크투어 홍보에 힘을 보탰다. 그는 투어 모집 포스터를 공개하며 신청 방법, 시간 등을 연신 안내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탁 전 비서관은 김씨에게 "더 많이 오게 만들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우 의장은 이날 김씨의 방송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성과를 부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있었던 비화를 김씨에게 털어놓으며 "큰일 날 뻔했다"고 회상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 당시를 언급하며 "너무너무 화가 났다"며 "속으로 이걸(의사봉을) 두드려 말아 고민했다"고 말하자, 김씨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김씨 방송에 출연하며 '충정로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부 수장인 우 의장까지 가세한 모습은 여권 전체가 강성 당원 및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팬덤 정치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씨는 그간 천안함 폭침 부정 의혹, 계엄령 후 한동훈 암살설 등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퍼뜨려 논란의 중심에 서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다수가 김씨 방송에 줄줄이 출연하며 지지층 결집 창구로 삼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 대신 김씨의 유튜브 방송과 매불쇼 출연 선택했다.

    급기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딴지일보는 민심을 보는 척도이자 바로미터"라고 언급했다.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들도 김씨의 방송에 자주 출연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물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국회에서 격분 논란을 일으킨 다음날 곧바로 김씨의 방송을 찾아 속내를 털어놨다. 또 역대 대통령 최초로 유튜버로 데뷔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씨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것은 물론, 영상 제작까지 김씨 방송국에 맡겼다.

    이렇듯 김씨 방송이 여권의 사실상 구심점으로 떠오른 것은 해당 방송 시청자들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권은 우호적 여론을 쉽게 형성하고, 정치적 파급력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7일 페이스북에서 김씨를 겨냥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흔들고 있다"며 "과거 언론사들이 정치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공천에 관여하고 후보 결정에 개입했다.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야권 관계자는 "장외 사령탑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와 여당에 이어 중립 의무가 있는 국회의장까지 김씨와 웃고 떠드는 게 정상적인 상황긴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