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즉각 사과하고 책임 있는 거취 밝혀야""父 심정 내세운 얄팍한 감정팔이 … 청년 박탈감만"
  •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뉴시스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뉴시스
    국회에서 야당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대한 거취 압박이 야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실장에게 청년 전세난과 내년도 예산안 등을 지적했지만, 김 실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딸이 언급됐다며 돌연 고성을 지른 바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최근 국회 운영위에서 드러난 김 실장의 행동은 이 정권이 국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며 "국민을 대신해 질의하는 국회의원을 향해 삿대질하고 고함을 친 것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을 모독한 중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대미 관세협상 과정에서의 잦은 말 바꾸기와 불투명한 설명은 국가경제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고, 위법 논란까지 일으킨 10·15 부동산 대책은 국민의 삶을 정면으로 짓밟았다"며 "이런 사람이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한 어떤 정책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어 "김 실장은 즉각 사과하고 책임 있는 거취를 밝혀야 한다"며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김 실장은 지난 18일 대통령실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했다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도중 돌연 고성을 지르는 등 격분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당시 김 실장의 딸이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세금은 누가 모은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지난 9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에 따르면, 김 실장의 딸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81.39㎡) 절반의 전세권(3억 원)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딸이 저축을 한 게 있고, 제가 좀 빌려준 게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김 실장의 갭 투자(전세 끼고 매매) 의혹을 제기하면서 임대주택 예산은 늘리고 주택 구매·전세 자금 융자는 대폭 삭감안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김 실장에게 "따님한테 임대주택에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이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청년 월세는 67% 지원한다고 하는데 전세 자금, 청년들이 겨우 보탤 수 있는 디딤돌, 버팀목 대출 같은 경우는 3조 원 이상 잘라냈다"라며 "따님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딸은 전세를 살 수 있어서 든든한 아버지의 마음'이 있지 않나.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은 '내 아들도, 내 딸도 전세 살아서 집 사는 주거 사다리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돌연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 딸을 거명해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청년들을 위한 대출 줄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질의 시간이 끝나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도 김 의원에게 "가족을 엮어서 왜 그렇게 말씀하느냐"고 항의했다. 또 갭 투자 의혹은 김 실장 본인에게 제기된 것이었음에도 그는 되레 "공직자 아버지를 둬서 평생 눈치 보고 살면서 전세(보증금) 부족한 딸에게 갭 투자가 무슨 말씀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의 옆에 앉아있던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수차례 김 실장의 손을 잡으며 만류했지만, 그는 격앙된 감정을 쉽게 가라앉히지 않았다. 김 실장이 계속 항의를 이어가자 결국 운영위원장인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서 김 실장을 제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큰 소리로 여러 차례 "정책실장!" 호명하며 "지금 뭐 하는 건가.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에 "송구하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김 실장은 다음날인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자신의 태도에 대해 "훈련을 더 해야 되겠다"면서도 '딸에 대한 애잔함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이어갔다.

    김 실장은 "제 딸이 아빠가 공직에 있는 걸 되게 싫어하고 조심하고 눈치 보고 해서 제가 좀 애잔함과 미안함이 있다"며 "말려준 우상호 정무수석과 김병기 운영위원장께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자신의 딸은 애잔하면서 '내 집 마련' 희망이 없어진 남의 집 딸들은 애잔하지 않은 것이냐"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국회에서 '딸이 평생 눈치 보며 살았다'며 고성을 질렀지만, 아버지의 심정을 내세워 연출한 그 장면은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더 큰 좌절과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줬다"며 "본인의 얄팍한 감정팔이로 정책 실패를 덮으려 하지 마시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또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10.15 부동산 대책이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본인의 자녀가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고성을 지르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회의를 사실상 중단시켰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이른바 '충무로 대통령'이라 불리는 김어준 씨의 방송에서는 전날의 격앙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미소를 띤 채 출연하며 180도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책실장은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은 핏대를 세울 때가 아니라 뼈를 깎는 반성으로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할 때"라며 "정치를 하려면 당장 사퇴하시라. 그게 본인과 가족,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