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관계, '대만 개입' 시사 발언 이후 급속 냉각시진핑의 '체면', 갈등 증폭시킨 '불쏘시개'중국 내부 경기침체도 갈등 동력…대외갈등을 활용하는 정치적 계산법대만·센카쿠 일대 군사적 긴장 고조…'우발 충돌' 위험도 커져
  •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AFPⓒ연합뉴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AFPⓒ연합뉴스
    중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이 심상치 않다. 중일 관계가 다시 냉전기와 유사한 국면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발언을 내놓은 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단순한 외교적 항의나 경고의 범주를 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상 '전면적 압박' 양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최근 중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일본이 대만 정세에 개입하면 반드시 정면에서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온 중국이 이번 발언을 지도부의 체면을 건드린 사안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드러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시진핑 주석의 성향상,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직접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 이상 중국이 갈등 수위를 낮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외교 갈등을 넘어 '감정의 외교전'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시 주석이 문제의 발언을 '국가 존엄'의 차원으로 인식했다면, 당·군·관영매체 전체가 일제히 강경 기조로 움직이는 것은 예견된 흐름이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적 고리가 악화될 경우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사태와 유사한 충돌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중국은 일본을 향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일본 기업에 대한 대대적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어선 충돌을 계기로 양국 군·경이 이 해역에서 반복적으로 대치했다.
  • ▲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신문 가판대에서 한 남성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을 보도한 지역 신문을 읽고 있다. 출처=APⓒ뉴시스
    ▲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신문 가판대에서 한 남성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을 보도한 지역 신문을 읽고 있다. 출처=APⓒ뉴시스
    중국의 이번 대응이 여느 때보다 신속하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배경에는 국내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부문의 구조적 침체가 장기화하고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다. 청년층 실업률은 실제 수치를 발표하지 않을 정도로 민감한 수준에 올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외 갈등은 내부 불만을 억누르는 자연스러운 정치적 수단이 된다.

    중국 지도부는 외부 적대국과의 갈등을 통해 애국주의 감정을 동원하고, 민간의 불만이 정치 지도부로 향하지 않도록 방향을 바꾸는 전략을 자주 사용해왔다.

    특히 일본은 역사·영토·안보·이념 등 갈등 지점이 다수 존재하는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 갈등을 활용할 때 효과적인 대상이다.

    실제로 중국은 여론전과 외교적 압박을 동시에 가동하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엑스(X)에 일본을 '군국주의 국가'로 규정하는 글을 올리고, 유엔 '적국 조항'을 거론하며 일본이 대만 문제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중국이 "직접적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다카이치 총리가 평화헌법을 불태우는 만화를 게시하며 일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중국의 보복 조치는 현재 경제·문화·관광·식품 안전 분야까지 빠른 확산세를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직후, 중국 당국은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발표한 데 이어 중국 내 일본 영화의 상영 일정도 돌연 연기하거나 재검토하기로 했다. 2년 여만에 겨우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도 다시 중단됐다.

    중국 관영매체는 "일본의 불장난은 더 큰 불길을 부를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이는 센카쿠 사태에서 나타났던 조치들과 매우 유사한 흐름이다. 이 때 역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일본 기업에 대한 항의 시위 묵인, 일본 관광 제한 등 '패키지형 보복'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제조업·관광업·수산업은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 콘텐츠·식품·관광 산업이 다시 한 번 수요 급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 중국 항공모함 푸젠함 실전훈련 영상. 출처=중국군호 SNS 갈무리ⓒ연합뉴스
    ▲ 중국 항공모함 푸젠함 실전훈련 영상. 출처=중국군호 SNS 갈무리ⓒ연합뉴스
    군사적 측면에서도 긴장은 이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대만 주변에서 정찰·감시활동과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영상을 연이어 공개하며 일본을 겨냥한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이와 동시에 센카쿠 해역에서는 중국 해경선의 진입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일본 항공자위대는 중국군 항공기의 비정상적 근접비행에 대응해 긴급 발진 횟수를 늘리고 있다.

    베이징과 도쿄의 군사 채널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긴장 고조는 작은 충돌이 대형 사건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 유감 표명이나 발언 수정 없이 현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번 사태가 말의 공방을 넘어 실질적 접촉이 발생하는 위험한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적으로 중일 양국에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수산물·콘텐츠·관광 산업 등 민간 분야에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중국 역시 소비 심리 위축과 외교 리스크 확대라는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는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동아시아 안보 지형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위기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