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김어준 방송서 "눈치 보는 딸 애잔하다"네티즌들 "주거 사다리 걷어차인 남의 집 딸은?"野 "분풀이 대신 청년 절규에 대한 답 내놔야"
  •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뉴시스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뉴시스
    국회 질의 응답 과정에서 야당 의원을 향해 고성과 삿대질을 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태도가 여전히 논란이다. 야당 측 질의는 청년 전세난과 내년도 예산안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지만, 김 실장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딸이 언급되면서 "애잔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거난을 겪는 청년의 아픔엔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원성이 쏟아지며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김 실장은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격앙됐던 자신의 태도에 대해 "제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더 해야 되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제 딸이 아빠가 공직에 있는 걸 되게 싫어하고 조심하고 눈치 보고 해서 제가 좀 애잔함과 미안함이 있다"며 "말려준 우상호 정무수석과 김병기 운영위원장께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실장의 해명은 공감과 설득력을 얻기는커녕 도리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딸은 애잔하면서 '내 집 마련' 희망이 없어진 남의 집 딸들은 애잔하지 않은 것이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실장은 전날 대통령실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했다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 질의에 답하는 도중 돌연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빚었다.

    당시 김 의원은 김 실장의 딸이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는 점을 언급하며 "전세금은 누가 모은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지난 9월 공직자 재산 공개에 따르면, 김 실장의 딸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81.39㎥) 절반의 전세권(3억 원)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딸이 저축을 한 게 있고, 제가 좀 빌려준 게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김 실장의 갭 투자(전세 끼고 매매) 의혹을 제기하면서, 임대주택 예산은 늘리고 주택 구매·전세 자금 융자는 대폭 삭감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김 실장에게 "따님한테 임대주택에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청년 월세는 67% 지원한다고 하는데 전세 자금, 청년들이 겨우 보탤 수 있는 디딤돌, 버팀목 대출 같은 경우는 3조 원 이상 잘라냈다"라며 "따님을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딸은 전세를 살 수 있어서 든든한 아버지의 마음'이 있지 않나.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은 '내 아들도, 내 딸도 전세 살아서 집 사는 주거 사다리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리 딸을 거명해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청년들을 위한 대출 줄임은 없다"고 항변했다.

    김 실장은 질의 시간이 끝나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김 의원을 향해 "가족을 엮어서 왜 그렇게 말씀하느냐"고 항의했다. 또 갭 투자 의혹은 김 실장에게 제기된 것이었지만, 그는 돌연 "공직자 아버지를 둬서 평생 눈치 보고 살면서 전세(보증금) 부족한 딸에게 갭 투자가 무슨 말씀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의 옆에 있던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김 실장의 손을 잡으며 말렸지만 그는 격앙된 반응을 계속 이어갔다. 김 실장이 항의를 멈추지 않자 운영위원장인 김병기 원내대표마저 큰 소리로 여러 차례 "정책실장!" 호명하며 "지금 뭐 하는 건가.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제 발 저린 듯한 분노', 김 실장의 '버럭'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우리 딸은 건드리지 말라'는 분노, 그러나 정작 다른 이들의 아들, 딸들이 절박함을 호소할 때 김 실장은 단 한 번이라도 분노한 적 있느냐"며 "본인의 자녀가 소중하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자녀가 소중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인식 없이 어떻게 다수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김 실장의 '격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조용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의원의 질의 핵심은 분명했다. 청년 전세 대출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청년들의 집값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는 정책 질문이었다"며 "그러나 김 실장은 본질적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자기 문제에 대해서만 '감히 내 딸을 건드리냐'라며 분노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 장면은 이재명 정권이 국민 앞에서 얼마나 오만한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순간"이라며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많은 청년이 쪽방과 고시원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은 그의 분풀이가 아니라 청년의 절규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