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7개월째 위축…내수-고용 일제히 하락부동산 침체-디플레이션-청년실업 등 악재 심화美·中 '관세 휴전'에도 구조적 침체 지속…반등 기대난중국발 충격, 韓 넘어 글로벌 경기 '복합 불황' 트리거 되나
  • ▲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컨테이너 전용선에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AP/뉴시스. 181130 ⓒ뉴시스
    ▲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컨테이너 전용선에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AP/뉴시스. 181130 ⓒ뉴시스
    중국이 침체한 경제 상황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제조업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고,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하는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관세' 여파에다 부동산 분야를 비롯한 소비·투자 부진까지 겹치며 마이너스 성장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제는 중국이 지난 10여년간의 산업 굴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의 30% 안팎을 책임져 온 '글로벌 성장 엔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칫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중국 정부의 각종 통계들에 따르면 민간조사기관 루이팅거우(瑞霆狗, RatingDog)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글로벌(S&P글로벌)이 3일 발표한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9월 51.2보다 0.6P 하락했다.

    이는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이 각각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 중간값 50.9와 50.7을 소폭 밑도는 것이다.

    기업 구매담당자 대상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PMI는 관련 분야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선인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 국면을 의미한다.

    루이팅거우 지수는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차이신이 S&P글로벌과 발표해 '차이신 PMI'로 불리던 것으로,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PMI보다 민간·수출지향 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 동향을 비교적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달 31일 발표된 국가통계국의 제조업 PMI는 10월에 9월(49.8)보다 0.8P 하락한 49.0으로 집계돼 제조업 업황이 7개월째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관세전쟁'이 터진 후 수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고, 내수 침체가 계속하면서 중국 제조업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루이팅거우 PMI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에 실시된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이 불법 펜타닐 거래를 단속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재개하며 희토류 수출 흐름을 유지하는 대가로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무역 휴전'이 중국의 수출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야오위 루이팅거우 창업자는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수출주문이 급격히 위축구간으로 떨어졌다"며 "생산 측면에서도 외부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산 성장세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에 미·중 관세전쟁 격화로 수출업자들이 재고를 서둘러 출하하면서 발생했던 효과가 약화함에 따라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합의에서 안도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내수 부진과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그들의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제조업 PMI 둔화는 세계 경제에 중요한 신호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28%를 차지하는 '세계의 공장'이기 때문이다.
  • ▲ 중국 장쑤성의 한 무역항.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20 ⓒ연합뉴스
    ▲ 중국 장쑤성의 한 무역항.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20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휴전'에도 중국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가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가 제조업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대비 4.8% 상승해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을 하회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전망치와 일치하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전망치 4.7%보다는 소폭 높은 것이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2, 3분기에 각각 4.7%, 4.6%에 그쳤다가 4분기 5.4%로 올라섰고, 올해 1, 2분기에 각각 5.4%, 5.2%를 기록했다. 하지만 4개 분기 만에 다시 4%대로 내려앉았다.

    이에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

    10월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 CPI가 전년동월대비 0.3%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0.4% 하락)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것으로,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전망치(0.2% 하락)보다 하락률이 높은 것이다.

    게다가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대비 2.3% 하락하면서 2022년 10월부터 3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수요 부진과 업계의 '제 살 깎기'식 경쟁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2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의 일상화 △'돈맥경화'로 불리는 이른바 '첸황(錢荒, 돈 가뭄) 현상' 등이 심각하다.

    여기에 멈출 줄 모르는 부동산가격 폭락,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 자동차산업의 현실까지 더할 경우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제조업 회복 속도가 세계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서 평균 30% 정도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곧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때문에 중국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무역량이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부채 부담과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에도 직격탄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대중(對中) 비중은 22%에 달하며 반도체, 석유화학, 기계부품 등 중간재 중심의 산업구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중국 내 생산 축소와 소비 위축은 결국 한국 제조업의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운·물류비용 상승, 글로벌 원자재 수요 둔화 등 2차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제조업 둔화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 경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