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감 기간에 맞춰 결혼식 올렸나" 비판
  • ▲ 국회 국정감사 기간 딸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대기업·언론사 관계자 이름과 액수가 적힌 명단을 지난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보좌진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뉴시스, 사진=서울신문 제공
    ▲ 국회 국정감사 기간 딸 결혼식으로 논란을 빚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대기업·언론사 관계자 이름과 액수가 적힌 명단을 지난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보좌진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뉴시스, 사진=서울신문 제공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혼 날짜를 '2024년 8월'로 표기해 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결혼식을 치른 것이 아니냐"면서 의구심을 제기했다.

    29일 정치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과 관련해 새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딸 정모 씨가 페이스북에 '2024년 8월 14일 결혼'이라고 표기해 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굳이 국정감사 기간인 올 10월에 결혼식을 올린 것을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정 씨는 국감 기간인 지난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두 날짜 사이에는 약 430일의 차이가 났다. 결혼식 청첩장에 포함돼 있던 웨딩사진도 지난해 9월 업로드 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웨딩 사진은 결혼식 수개월 전에 촬영한다.

    정 씨의 페이스북 계정은 현재 '비공개 상태'로 바뀌어 볼 수 없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페이스북에 표기한 결혼 날짜와 실제 결혼식 날짜가 1년 2개월이나 차이가 나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 위원장은 국감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의 결혼식을 열고 피감기관, 기업, 방송사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거액의 축의금을 받는 천인공노할 일을 벌였다"며 "공적 기관의 책임자가 피감기관과 직·간접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는 명백한 이해충돌이자 직권 남용이며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더 경악스러운 것은 최 위원장의 딸이 이미 지난해 9월 웨딩사진을 공개하고 SNS에 결혼 날짜를 '2024년 8월'로 표기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당 상임위원장이 된 2025년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결혼식을 치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정감사라는 공적 제도를 사적 금품 수수의 통로로 전락시킨 전무후무한 '권력형 결혼 비리'다. 국회의 품위를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 신뢰를 조롱한 이중적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즉각 사퇴하고, 모든 경위를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수사 당국 또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씨의 결혼식에는 최 위장이 이끄는 과방위의 피감기관과 기업들로부터 화환 100여 개와 축의금이 몰렸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에도 정 씨의 모바일 청첩장에 계좌번호와 더불어 카드결제 링크가 포함돼 논란이 일면서 이를 삭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비판이 쏟아지자 최 위원장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해명했으며, 의원실도 "최 의원은 국회 일정과 의정 활동으로 매우 바쁜 상황이었고, '조만간 결혼한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었을 뿐, 정확한 날짜는 한 유튜버(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을 통해 명확히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혼식장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화환까지 놓였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 확인해 보니 국회 예식장 예약은 최민희 의원 ID로 했더라"라며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26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딸 축의금 액수 등 내역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최 위원장의 휴대폰 화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피감기관, 기업 등 관계자 이름과 20만 원에서부터 100만 원에 달하는 축의금 액수가 여럿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의원실은 "최 의원이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드리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전했지만, 이 해명도 일반적인 축의금과 거리가 먼 액수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잠재우지 못했다. 또한 딸 축의금 정리와 같은 사적 영역의 일을 보좌관에게 지시한 것도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최 위원장에 대한 눈초리가 따가워지자 최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돌연 "다시 노무현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최 위원장의 '노무현 정신' 글은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