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중 열린 자녀 결혼식, 축의금 명단 논란나경원 "김영란법 위반…권력형 부패행위" 비판'공적 절제' 택한 슬로베니아·아일랜드 총리, 소규모 결혼식공직자, 사적 행복조차 공적 책임서 자유롭지 않아…신뢰 잃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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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2021년 5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지인 30명만 초청한 채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영국 총리실. AP=연합뉴스. 210530 ⓒ연합뉴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 국회에서 연 딸의 결혼식 때 받은 피감기관 인사들의 축의금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공직자의 사적 경조사가 의전·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관계의 거래장'으로 변질하고 있다 지적이 나온다.때문에 많은 민주국가의 지도자들은 경조사에서조차 공적 자제와 절제를 택해왔다.26일 서울신문은 '모 대기업 관계자 4명, 지상파 방송파 관계자 3명의 이름과 함께 100만원 등 구체적 액수가 적힌 메시지를 의원실 보좌 직원에게 보냈다'면서 휴대전화 화면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말미에는 "900만원은 입금 완료", "30만원은 김 실장에게 전달함" 등의 내용도 있다.서울신문은 한 이동통신사 대표의 경우 100만원, 과학기술원 관계자 20만원, 종합편성채널 관계자 2명은 각 30만원 등이라고도 전했다.최민희 위원장 측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 곳에서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주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그러나 문제가 생긴 뒤 반환한다고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송언석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고 뇌물수수 소리도 많다고 법조계에서 말이 많다"며 "뇌물은 돌려주더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라고 지적했다.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상임위원장 직위를 남용해 피감기관과 대기업, 언론사로부터 사실상 축의금을 갈취한 것은 명백한 권력형 부패행위"라고 비판했다.이어 "직무 관련성이 직접 인정되는 상임위원장이 피감기관에 명백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금전을 제공하거나 받도록 한 행위는 부정청탁 금품수수금지법 위반이며 부패방지법과 형법상 직권남용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면서 "관련 당국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자의 저금통, 축의금의 소유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권력자의 축의금 정가가 최소 100만원'이라는 사실을 인증했다"며 "수백개의 화환, 수백명의 하객, 수억원의 축의금이 직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정치권의 공세와 법리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위법성 여부가 아니다.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윤리 감각, 즉 '공적 절제'의 부재가 더 큰 문제다. -
- ▲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전 총리가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포드와 뉴질랜드 북섬 동해안 호크스 베이의 한 와이너리에서 열린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40113 ⓒ연합뉴스
해외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혼식에서도 오히려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지난달 로버트 골롭 슬로베니아 총리는 결혼식을 언론 비출입, 외빈 불초청, 비용 자부담 형태로 진행했다.당시 슬로베니아 정부 측은 "외국 고위인사를 초청할 경우 국가비용이 발생해 사적 성격이 훼손된다"고 설명했다.총리 개인의 결혼식조차 국가 예산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인식은 물론, 경조사는 오롯이 사적 영역임을 명확했던 셈이다. 결혼식의 검소함이 '정치 쇼'가 아닌 '공적 경계의 분리'로 읽힌 대표적 사례다.지난해 1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전 총리도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한 소규모 결혼식을 올렸다.그는 재임 시절부터 "공직자는 사생활에서도 투명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복했고, 결혼식마저 대대적 행사가 아닌 조용한 축하로 마무리했다.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경우 지난해 2월 약혼을 발표하면서 "작고 친밀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라고는 밝혔지만, 아직 결혼식은 진행되지 않았다.이밖에 산나 마린 당시 핀란드 총리(2020년 8월)와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2021년 5월)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방역 조치에 따라 소수 하객 중심의 간소한 결혼식을 진행한 바 있다.'불가피한 간소함'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적 책임에 부합한 절제'라는 평가를 받았다.해외 지도자들의 '검소한' 결혼식, 절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검소한 결혼식이 지도자의 덕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직자의 행위는 단순한 태도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주는 신호가 있다.정치는 신뢰를 잃을 때 국민의 '사소한 의전'조차 의심하기 시작한다.이번 사건처럼 자녀의 결혼식이 국감 기간에 열리고, 기업인과 언론사 관계자의 이름이 축의금 명단에 오른다면 그 자체로 국민은 "이것이 과연 사적 행사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최 의원의 결혼식 논란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다. 공직자가 자신의 사적 행사에서조차 어떤 인식과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묻는 사건이다.공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면 사적인 행복조차 공적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공직자의 사생활은 개인의 일이나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