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대형 정유기업 제재…"석유시장 공급 부족 일으킬만한 충격"印, 하루 160만~180만배럴 러 석유 수입…"관세 압박 버텼으나, 달라질 것"
  • ▲ 석유 시추. ⓒ연합뉴스
    ▲ 석유 시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대형 석유기업을 상대로 제재를 가하면서 23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하루새 5% 넘게 올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1.79달러로, 전장보다 5.6%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5.99달러로, 전장보다 5.4% 상승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전날 회담 계획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면서 루크오일,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대형 석유회사와 자회사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금은 살인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해야 할 때"라며 "미국 재무부는 전쟁을 종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전날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금지 조치 등을 포함한 19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원유 수익이 전쟁 자금줄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이 전격적으로 정유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옥슬리 최고 기후·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대러 제재 발표는 러시아의 에너지부문을 타깃한 주요한 긴장고조행위이며 내년에 세계 석유시장을 (공급) 부족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충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전략책임자는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로 인해 중국과 인도 등 주요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들이 서방의 금융제재에 직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구매처를 물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제재 발표 이후 중국의 주요 국영 에너지기업들이 두 러시아기업으로부터 석유구매를 유보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분석가는 인도가 제재에 어떻게 반응할지, 러시아가 대체구매자를 찾을지에 따라 제재의 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으로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구매를 압박한 뒤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으나, 이번 석유회사 제재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두 번째로 큰 수입국으로, 하루 160만~180만배럴을 수입한다. 러시아의 하루 수출량은 450만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가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리스타드에너지의 글로벌 시장분석책임자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지난 3년 반 동안 거의 모든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생산량이나 수익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