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 한국 대표팀 시절 0-5 패배 2번홍명보, 브라질에 0-5 패배히딩크 감독의 희망 선사, 홍명보는 절망뿐
-
-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과 친선전에서 0-5 참패를 당했다.ⓒ연합뉴스 제공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으로 불렸다.2001년 1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0-5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한 번은 2001년 5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를 만나 0-5 참패를 당했다. 이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2001년 8월 히딩크 감독은 체코 원정을 떠나 또 0-5로 무릎을 꿇었다.그래서 붙은 굴욕적인 별명으로 오대영 감독.이 오대영 감독의 결말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대패를 교훈 삼아 보완했고, 참패를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 2002 한일 월드컵에 나섰다. 한국은 월드컵 사상 첫 승, 첫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했고,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 4강 신화를 썼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환희를 선사했다.2025년 10월. 또 한 명의 오대영 감독이 한국 축구에 등장했다. 23년 전 히딩크 감독의 제자였고,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홍명보. 그는 지금 한국 대표팀의 수장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홍명보가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0-5 참패를 당했다. 역대 브라질전 최다골 차, 굴욕적 패배다.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적 강호와 평가전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처참하게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스코어도 히딩크 감독과 같은 0-5 패배. 홍명보는 또 다른 오대영 감독이 됐다.그러자 일각에서 히딩크 감독 시절의 오대영 감독과 비교를 한다. 요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지만 히딩크 감독처럼 반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거다. 즉 큰 아픔이 팀을 발전시키는 데 보약이 될 것이고, 반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그런 거다.아니다. 틀렸다. 히딩크 감독과 홍명보는 같은 오대영 감독이지만, 그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르다.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히딩크 감독에 대한 '모욕'이다.시작부터 다르다.2002 한일 월드컵 개최국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세계적 명장을 '모시고' 왔다.네덜란드 '최고 명가' 에인트호번의 황금기를 이끈 전략가, '세계 최고의 클럽'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지도한 감독, 그리고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1998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입성한 명장.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감독이다. 월드컵 경쟁력이 입증된 지도자다. 이런 히딩크 감독을 한국은 모시고 왔다.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환영받은 감독이다.홍명보는 시작이 어땠나.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가 '모셔 온' 건 똑같다. K리그1 울산HD 감독을 하고 있을 당시 절대 대표팀 감독으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한 빵집에서 축구협회는 홍명보를 모셔 오는 데 성공했다.유럽에서 인정을 받는 외국인 감독들에게는 PPT 등을 요구했으면서도 그들이 '잘 알고 있는' 홍명보에게는 그 어떤 검증 작업도 필요 없었다. 당시 한국의 정부는 홍명보의 재신임 절차를 권고했으나 이를 무시했고, 여전히 한국 대표팀 감독은 홍명보다.홍명보가 월드컵 경쟁력을 갖춘 감독인가. 증명한 적이 있나. 이렇게 한국은 세계 축구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월드컵에서 '실패한' 감독에게 또 월드컵을 맡겼다. 이렇게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2번 지도하는 감독이 당당하게 등장했다.홍명보의 시작은 불공정이다. 특혜 논란으로 출발했다. 부정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모두의 박수가 아닌 사상 초유의 홈경기장에서 야유를 받은 감독으로 스타트를 알렸다. 그는 환영받지 못한 감독이다.히딩크 감독과 홍명보 모두 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0-5라는 수치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먼저 시기가 다르다.히딩크 감독이 프랑스에 0-5로 졌을 때가 2001년 5월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 부임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때다. 체코전은 8월이다. 부임 7개월 차다. 그것도 외국인 감독이다. 한국 축구 선수 파악, 전술 외에도 문화적, 환경적 적응도 필요한 시점. 시행착오 절정의 시기라 할 수 있다.월드컵 본선까지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에 6월 4일 열렸으니, 체코전 참패 후 팀을 다시 정비할 10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홍명보는 어떤가. 그는 2024년 7월에 부임했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이 정도 시간이면 팀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 시점이다. 아니 완성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의 정체성, 컬러, 방향성 등 윤곽은 보여야 할 때다. 홍명보호에 무엇이 보이는가.남은 시간적 여유도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 부족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내년 6월 개막한다. 남은 시간은 8개월. 결정적인 건 히딩크 감독 시절 대표팀 선수들은 합숙을 진행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홍명보에게는 그런 시간은 없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
- ▲ 히딩크 감독은 0-5 참패를 극복하며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다.ⓒ연합뉴스 제공
또 다른 점, 경기의 의도다.프랑스와 체코전에서 히딩크 감독의 의도는 분명했다. 최정예 멤버를 가리는 실험의 무대였다. 아직 베스트 멤버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시기였다.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과 팀과 전술에 녹아들 수 있는 능력 등 선수 평가에 초점을 맞춘 경기였다.프랑스전에서 황선홍, 안정환, 최진철 등 2002 4강 주역들이 선발에서 빠졌다. 한국 축구 스타였지만 2002 멤버에는 들어가지 못한 고정수가 선발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체코전 역시 2002 4강 신화 수비의 주역인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 중 한 명도 선발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지성도, 유상철도 선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2 영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브라질전 홍명보의 의도도 분명했다. 세계적 강호를 상대로 월드컵 경쟁력을 판단하는 것. 선수 평가가 아니라 전술에 중점을 뒀다. 초점은 수비, '스리백'이었다.홍명보호의 베스트 멤버는 이미 윤곽이 나왔다. 이번 브라질전에 나선 멤버가 사실상 베스트 11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아야 2~3 자리 바뀔 수 있지만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 황인범, 김민재 등의 척추는 바뀌지 않는다.이미 주요 포지션 베스트 11 경쟁은 끝난 상황이다. 남은 기간 동안 판도를 바꿀 만한 새로운 스타 탄생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 선수가 등장해 준다면 다행이지만.사실상 베스트 멤버를 이끌고 월드컵 경쟁력 시험을 봤는데, 오대영 감독이 됐다. 패배의 충격파가 히딩크 감독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월드컵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놓고 극단적인 수비를 했는데, 브라질은 비웃기라도 한 듯 5골 폭죽을 터뜨렸다.강호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니 유일한 방법이 수비다. 그래서 스리백은 홍명보의 핵심 전술이었다. 이것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 수비수를 많이 배치한다고 수비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어설픈 공격력과 조직력으로 한국과 마주한 미국-멕시코에게는 통할 수 있었으나, 브라질 같은 팀에게는 수모만 당할 뿐이다.마지막으로 다른 점. 가장 결정적인 다른 점이다. '희망'과 '절망'의 차이다.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 됐지만 한국 축구에 희망을 줬다. 물론 당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감독을 잘못 데려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대체로 히딩크 감독을 기다려 주자는 분위기로 기울었다.그가 과거 보여준 입증된 영광에 기대를 걸었다. 세계적 경쟁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희망을 꺾지 않았고, 결국 이 인내의 시간은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뜨거운 축제로 보답을 받았다.홍명보에게 희망이 있는가.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가. 오대영 홍명보에게 일망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 절망적이다. 불공정 논란으로 시작해 축구 팬들의 한마음 한뜻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패를 당했다. 베스트 11은 이미 정해졌고,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수비에 올인했는데 5골을 먹었다.더불어 손흥민 주장 교체 뉘앙스를 풍기고, 자신은 주장을 해본 적이 없다는 등 말만 하면 논란을 일으키는 감독이다. 시간이 갈수록 불신만 더욱 쌓여 간다.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 홍명보는 오대영 감독이 됐다. 이런 형국에서 무슨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희망과 절망. 출발부터 과정 모두 히딩크 감독과 홍명보는 극과 극으로 다르다. 때문에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칭으로 둘을 엮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히딩크 감독에 대한 '모욕'이다.오대영 감독 히딩크 감독. 1년 뒤인 2002년 5월.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다시 프랑스와 격돌했다. 치욕을 안긴 팀과 재격돌. 결과는 2-3 석패.세계 최강호 프랑스를 상대로 한국은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박지성과 설기현이 골을 신고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이 경기가 희망을 폭발시키는 결정적인 경기였다. 희망은 그렇게 환희가 됐다.홍명보호가 브라질을 다시 만난다면? 한 누리꾼의 의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홍명보의 유일한 방법은 월드컵 본선에서 브라질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