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성비 벗고 프리미엄 시장 공세스마트폰·OLED, 로봇청소기 꼴 날지도中, 보조금·자본 투입 … 산업정책 총력韓, 구호만 반복, 규제 법안으로 기업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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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진구 구의역 인근 '샤오미 스토어 NC이스트폴점'에 전시된 샤오미 15T프로 제품.ⓒ이가영 기자
과거 10여 년 전부터 석유화학·전자·조선·철강 등 한국의 주력산업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는 말이 따라붙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다. 중국이 아무리 쫓아와도 한국은 반도체에서 두세 단계 앞서 있었고, 디스플레이도 액정표시장치(LCD)는 내줬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TV와 스마트폰 역시 중국산 저가 제품과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기술력이 든든한 방패였다.그러나 최근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그 믿음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회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와 샤오미코리아(이하 샤오미)의 기자간담회. 전혀 달라 보이는 두 행사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같았다. 중국은 ‘저가’와 ‘가성비’를 벗어 이미 프리미엄 시장으로 올라섰고, 한국이 믿었던 최후의 안전지대마저 흔들고 있다는 사실이다.전날 샤오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첫 ‘익스클루시브 서비스 센터’ 설립 계획을 밝히며 프리미엄 전략 강화를 선언했다.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5T 프로’를 한국을 포함한 1차 출시국으로 내세웠고 지난 7월 오프라인 매장 판매에서 스마트폰의 40%가 고급형이었다는 성과도 공개했다. TV 부문에서는 구매자의 60%가 100만원 수준의 미니 LED 모델을 선택했다. ‘가성비’로 불리던 샤오미가 이제 고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디스플레이 토론회에서 나온 전망은 더욱 위태롭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세계 OLED 시장 수요의 70%는 한국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2028~2030년이 되면 중국이 한국의 점유율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히 시장 성장세가 큰 정보기술(IT)용 8.6세대(G) OLED 생산능력과 관련해 2027년까지는 한국이 우세를 유지하겠지만, 2028년엔 중국이 앞서고 2030년에는 중국 66%, 한국 34%로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 장면들이 던지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삼성·LG가 마음먹고 제대로 만들면 중국은 따라올 수 없다는 믿음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가성비로 출발한 중국 로보락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기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 1위로 올라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봇청소기의 굴욕이 특정 제품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개별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 전략과 자본 투입에서 비롯된 구조적 변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 수는 180개에서 275개로 52% 넘게 늘었지만,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들의 합산 매출액은 95% 성장한 반면 한국 기업은 15% 증가에 그쳤다.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중국이 한국의 6배를 넘는다.중국기업들은 기술력 격차를 보조금과 내수 기반으로 메우며,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제는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정부가 직접 산업 정책을 끌고 가는 ‘차원이 다른 지원’이 효과를 낸 것이다. 반면 한국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내몰리면서도, 정작 자국 내에서는 정책적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3년 ‘디스플레이 혁신전략’을 내세우며 ▲세계시장 점유율 50% 달성 ▲경쟁국 대비 5년 기술 격차 유지 ▲소부장 자립화율 80% ▲전문 인력 9000명 양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세액 공제,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지원, 기술 유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 등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조치는 미미했다.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것은 사실이나, 정부의 미흡한 지원과 실행 부족 또한 양국 간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원인이 되고 있다.더욱이 산업 위기가 심화되는 와중에도 국회와 정부는 합산 3%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 강화 등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가 “중국과 싸우기도 벅찬데 정부와 정치권이 되레 족쇄를 채운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중국은 기업 등에 날개를 달아주고, 한국은 기업 어깨에 짐을 얹는 격이다.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전략 보고서나 비전 선포가 아니다. 기업이 투자와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실행이다. 세제 지원, 금융 인프라, 인력·규제 개혁 같은 실질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중국의 공세는 한국 산업을 잠식하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의 대표 상징인 갤럭시마저도 로봇청소기의 전철을 밟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