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50억→10억 추진與 이소영 "시장 왜곡만 강화되는 방향"여당내 정책 파열음 속 '교각살우' 상황 우려 목소리 커져
  •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정부가 이달 말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증시에서도 민주당의 섣부른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줄을 잇고 있다. 돈을 부동산에서 증시로 돌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해 놓고, 정작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법안을 여당이 추진하는 것에 대한 역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 양도세 제도 개편이 증시와 정치권을 강타했던 '제2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파동'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운영부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당내 이견에 대해 "우리 사회에 어느 것이 더 이익이 되는지는 조세제도개편 테스크포스(TF)에서 논의를 해 최종적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의원들마다 의견이 있다"며 당내 이견이 표출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재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기획재정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냈다.

    이 의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 원을 넘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 되는 주식 10억 원 어치를 갖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돈의 물꼬를 트겠다'는 정부의 정책으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주주 양도세는 연말 기준만 피하면 얼마든 세금을 회피할 수 있어 세수 증가 효과도 불확실하고 연말에 불필요한 시장 왜곡을 발생시킨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장 왜곡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게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민주당은 이를 '부자 감세'로 보고 기준을 원상태로 돌려놓겠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이런 방향성에 대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에도 못 미치는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배당소득에 대해 기존 종합과세 대신 별도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세율을 27.5%로 낮춰 주주환원을 촉진하려는 취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배당이 늘어난다고 해도 개미 투자자들은 겨우 몇천 원의 이익을 보는 데 반해 극소수의 재벌들은 수십억 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면 과연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이 의원은 "부자 감세로만 보는 것은 매우 좁은 시각"이라며 "오히려 '부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분배를 유도하는 정책'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 세제 개편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 이 대통령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 5000을 내세운 현 정부의 기조와는 분명 다른 궤도라는 점에서 연말로 갈수록 시장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민주당이 소액투자자들 피해 우려라는 논리에 결국 설득됐기 때문에 작년에 금투세 강행을 철회했던 것 아니냐"며 "주식양도세 과세 확대도 똑같은 구조다. 소모적 논쟁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투세가 단순히 부자들에 대한 징세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에 매도 폭탄을 일으켜 결국 개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처럼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조정도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며 "어느 정책이든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지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세제 개편을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은 과거 금투세를 놓고 벌어진 내분을 떠올리게 한다.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 5000만원 이상일 때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다. 2023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2년 유예됐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유예와 폐지를 주장하면서 당내 반발이 불거졌다. 당시에도 진 의장은 "금투세는 1400만 개미투자자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규정했다. 하지만 '우클릭 행보'를 걷던 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금투세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에 대해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건 금융투자소득세 시즌2가 될 것이 뻔하다"며 "큰손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를 유도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작년에 금투세를 폐지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재명 정부는 벌써 잊으셨는가. 이건 명백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