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5500억달러엔 직접출자 포함"…日 "정부 보증 한도"백악관 "쌀 조달량 75% 늘리기로"…日 "MMA 내에서만 확대"트럼프 "日 수십억달러 무기 구입"…日 "관세타결 이전부터 계획"베센트 "합의 분기별 평가…트럼프 불만족시 25% 관세 복귀" 압박
  • ▲ 미국 성조기와 일본 일장기.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미국 성조기와 일본 일장기.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세부 합의사항에서 미국과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합의한 상호관세를 25%로 다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사히·요미우리신문,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달러(약 759조원) 투자금에 대해 일본 측은 "일본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에 대한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대출이나 보증금액 한도"라는 입장이다.

    반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 투자금이 "대출이나 신용보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출자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5500억달러는 전액 신규 투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투자될지 지시할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행정부가 펀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쌀 수입 합의에서도 양측간 간극이 드러났다.

    백악관은 "일본은 즉시 조달량을 75%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증가폭에 대해 "앞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4일 "우리나라의 쌀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쌀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면서 무관세로 들여오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내에서만 미국산 수입량을 확대할 것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수입을 늘리는 쌀은 주식용이 아닌 가공용, 사료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산 옥수수, 대두, 비료 구매가 합의내용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합의내용에) 국내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센트 장관은 일본과의 무역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애초 설정된 25% 관세율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린 (일본과의 합의를) 분기별로 평가할 것이며 대통령이 만족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나머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의 경우 25%의 관세에서는 일본 경제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최종 합의까지 작업이 지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으로 세율이 다시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타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250723. 백악관 엑스 갈무리. @WhiteHouse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타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250723. 백악관 엑스 갈무리. @WhiteHouse
    일본은 관세협상을 통해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국 군사장비를 일본이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해서도 "이미 결정된 방위력 정비계획 등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존에 계획됐던 조치로, 이번 협상에서 추가로 미국 측에 양보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일본이 미국과 군사장비 신규 구매에 합의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군사장비의 구입이 결과적으로 미·일 무역 불균형 개선에 이바지하는 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관세협상에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시장을 열 것"이라며 "자동차, SUV, 트럭은 물론이고 그 외 모든 품목, 심지어 그동안 완전히 금지해 온 농산물과 쌀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적으로 관세의 힘 덕분"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일본은 수십억달러의 군사 및 기타 장비(MILITARY AND OTHER EQUIPMENT)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일본이 미국 에너지 인프라와 반도체, 핵심광물, 제약, 선박산업 등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고, 보잉 항공기 100대를 포함해 상업용 항공기 구매를 약속했으며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국 군사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관련 일본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미우리는 일본의 대미 투자계획에 대해 "반도체와 조선을 중심으로 경제 안보상 중요도가 높은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꾀할 것"이라면서도 "의도대로 일본 기업이 투자 확대를 추진할지 여부엔 불투명함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날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회장은 알래스카 LNG사업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사업성 평가가 없으면 투자 판단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추, 미쓰비시 등 다른 주요 일본 상사들도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신문은 "서로 '승리 선언'을 하며 싸움을 중단한 형국"이라면서도 "일본은 애초 요구했던 관세 철폐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냈고, 미국은 관세가 발화점이 될 물가 상승을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기 위해 타결을 서둘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