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로 시작해도 … 기각된 영장엔 이적죄 빠져'VIP 격노설' 증언 안 맞자 곁가지 위증 혐의로 구속 시도도김건희 특검, 영장 기각 후 대기업 총수 무더기 소환종교시설까지 강제수사 … 과잉 수사 논란 확산
  •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연합뉴스 DB
    ▲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연합뉴스 DB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세 갈래 특별수사가 연이어 '영장 기각'이라는 제동을 맞았다. 

    내란 혐의, 채상병 순직 은폐 의혹, 김건희 여사 의혹 등 각 사안마다 쟁점은 다르지만, 정작 본류에 다가가지 못한 채 구속영장부터 시도했다가 줄줄이 퇴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시간에 쫓긴 특검이 꼬투리 잡기식 혐의로 '영장치기 수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간첩몰이'로 시작했지만 … 이적죄도 못 넣고 기각

    첫 번째 제동은 '12·3 비상계엄' 문건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검팀이었다. 특검은 지난 18일, 평양 무인기 침투 당시 군 작전을 지휘했던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21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김 사령관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주요 증거가 이미 수집됐으며,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사령관이 수사 과정에서 유서를 쓸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했지만 현재는 호전됐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검이 처음 언론에 흘렸던 '간첩 혐의'도 영장에서 빠졌다. 당초 내란특검은 김 사령관에게 형법상 '일반이적죄'(적국 이익을 위한 행위)를 적용할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영장 청구에서는 '허위공문서작성'과 '직권남용' 등만 적용했다. 본류라던 외환죄는 사실상 포기하고 곁가지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을 맞은 셈이다.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형법학자는 "꼬투리 잡기 식의 혐의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해당 사건의 경우 외환죄 관련 혐의가 빠진 영장은 껍데기뿐임에도 구속 자체를 수사도구로 삼으려는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며 지적했다. 

  • ▲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연합뉴스 DB
    ▲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연합뉴스 DB
    ◆'VIP 격노설' 부정했다고 … 종교시설까지 강제수색

    이튿날에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채상병 순직 사건 특검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번에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대상이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국회와 군사법원에서 위증했다며 '모해위증'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부장판사는 22일 "피의자의 출석 상황과 진술 태도, 경력, 주거 상황 등을 고려하면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또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와 수사 경과를 종합하면 증거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선 특검이 '보복성 영장'을 청구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 전 사령관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는데 특검은 곧바로 그가 과거 군사법원 재판에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며 위증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김 전 사령관은 법원에서 진행된 심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다만 진술 변화가 일어난 이유와 진정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사령관의 진술이 흔들린다면 단순 착오인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인지 특검이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종교계도 충격을 받았다. 순직 해병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종교계 인사가 연루됐다는 정황이 포착되자 특검은 김장환 목사 자택은 물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까지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러자 한국교회총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교총은 "예배당까지 포함된 공간을 압수수색한 것은 충격적이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고 "임의제출 요구나 진술청취 등 덜 침해적인 방식이 우선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신도 수만 6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교회다. 교계는 "이런 식의 무리한 공권력 행사는 종교계 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안긴다"며 향후 공권력 행사 시 종교적 상징성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 ▲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연합뉴스 DB
    ▲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연합뉴스 DB
    ◆"영장도 없는데 총수 소환" … 본류 제쳐둔 채 영장청구만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도 '집사게이트' 수사에서 첫 번째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며 강제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특검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각했고 이에 따라 특검은 수사 방향을 바꾸어 관련 기업 총수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이에 지난 17일 특검은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HS효성 조현상 부회장, 다우키움 김익래 전 회장 등 9개 기업 경영진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측은 "해외 일정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고 재계에선 "영장도 기각됐는데 총수들부터 불러세우는 건 과잉수사"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여전히 "정해진 수사 기간 내에 실체를 최대한 규명하려 한다"는 입장이지만, 영장 기각 뒤 곧바로 '총수 소환'으로 방향을 튼 방식에 대해 무리한 압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 특검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현실은, '본류 수사는 더디고 곁가지 혐의로 영장부터 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특검은 당초 '간첩'이라던 혐의 대신 직권남용을 꺼냈고, 채상병 특검은 'VIP 격노' 관련 진술에 대해 위증죄로 영장을 청구했다. 이어 교회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범위의 확장'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김건희 특검은 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총수 소환으로 전환하며 강제 수사 수순으로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시한부 특검들이 성과에 쫓기다 보니 무리하게 영장부터 치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전직 법조계 교수는 "특검이 본류로 돌진하려면 물증과 진술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성급하게 '구속 영장'으로 압박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수사 동력만 깎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에이팩스의 김재식 변호사는 "각 사건마다 본류가 있는데 현재 3대 특검은 본류에서 벗어난 사안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라며 "3대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고 있는 것이 이를 대표적으로 가장 잘 드러낸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에도, 양평 노선변경 의혹에 관해서도 윗선의 외압이 있었는지가 본류임에도 정작 양평구청 공무원이 뭐했냐 등 본류에서 벗어난 사안 등만 캐고 있다"고 지적했다. 

    3대 특검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내세우며 출범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보여주기 수사', '과잉수사', '영장 남발'이란 오명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