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 인기 대통령'…포퓰리즘에 브라질 '휘청'최저임금 대폭 인상-공공지출 확대에 재정적자 가중정치 기반까지 흔들…국내 지지율도 3번 임기 중 최저'소비 쿠폰' 살포 예정 李 정부에 서민 물가 악영향 우려
  • ▲ 상파울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가 '룰라 퇴진'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250629 AFP 연합뉴스. ⓒ연합뉴스
    ▲ 상파울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가 '룰라 퇴진'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250629 AFP 연합뉴스. ⓒ연합뉴스
    "오늘 회의(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물가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지만, 시중에 돈을 풀어놓고 물가를 걱정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붓고 불 끄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7월6일)

    이재명 정부의 '무차별 현금 살포'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최근 좁아진 국내외 정치적 영향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던 룰라 대통령 역시 선심성 포퓰리즘을 앞세우다가 불황을 맞게 됐고, 지지율도 추락하게 됐기 때문이다.

    2010년 말, 그가 두 번째 임기를 마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브라질 경제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초강대국으로 도약할 기세였다.

    룰라 대통령의 집권 8년간(2003~2010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5% 안팎에 달했다. 1억9000만 인구 중 2100만명이 빈곤에서 탈출했다. 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같은 기간 7203달러에서 1만465달러로 늘었다. 실업률(12.3→5.7%), 물가상승률(12.5→5.8%)도 개선됐다. 2010년 퇴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룰라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6월2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역대 최저치인 23.9%로 떨어졌다. 세 번의 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CNN 브라질과 여론조사기관 이페스페(Ipespe)의 4월 여론조사에서는 룰라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는 53%에 달했다. 경제 성장과 실업률 개선에도 고물가와 생활고로 민심 악화가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6월25일 브라질 의회가 룰라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내렸던 세금 인상안을 부결시키면서 그의 약해진 정치적 기반을 부각했다. 브라질 의회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뒤집은 것은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면서 내년 10월 4선 도전을 노리는 룰라 대통령에게 악재를 안겨줬다.

    7차례 연속 인상이자,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금리다. 특히 실질금리 기준으로는 튀르키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경기 부양을 염두에 두고 금리인하를 원했던 룰라 대통령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실제 내년 대통령선거 가상 대결에서 룰라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2019~2022년 재임)에 37.4%대 50%로 밀리고 있다.
  •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0130 신화/뉴시스. ⓒ뉴시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0130 신화/뉴시스. ⓒ뉴시스
    룰라 대통령의 권세를 끌어내린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수준 향상을 앞세운 분배 정책이다.

    2024년 6.97%, 2025년 7.5%로 브라질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게 책정됐다.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야 한다는 룰라 대통령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일종의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소매판매가 늘고 산업 생산량이 증가해서 경제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취지는 좋지만, 브라질 경제와는 맞지 않는 정책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국가가 노인과 장애인에 주는 수당이 늘어나고, 은퇴자 연금수급액도 최저임금에 직접 연동된다. 소득세 면제 기준까지 최저임금에 따라 매년 높아지는 구조다. 모두 재정적자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식량 수당 118% △미취학 아동 지원금 51% △의료지원금 평균 50% 등 복리후생의 대대적 조정으로 각종 수당까지 크게 올랐다. 그만큼 재정부담은 가중됐다.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기였다면 분배 정책이 성장을 가속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브라질은 과거 고성장기와 달랐다. 오히려 연이은 공공지출 확대와 재정적자를 외면하는 정부의 스탠스에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헤알화 가치까지 폭락했다.

    정부 재정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많지만, 환율이 치솟으면서 물가는 뛰고 국민의 불만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내몰렸다. 강력한 조치 없이는 공공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외신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이에 브라질 중앙은행은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으나, 정부의 재정부담만 키우는 꼴이 됐다.

    경제에는 묘책이 따로 없다. 원칙을 어기면 경제가 타격받고, 한 번 경제가 무너지면 혹독한 청구서가 뒤따른다. 특히나 서민층일수록 고통이 더 클 것이 분명하다.

    룰라 대통령을 통해 '포퓰리즘은 결국 독배'라는 엄중한 교훈을 새삼 상기시킨다.

    2차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대규모 소비 쿠폰 지급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되지만, 현금성 지원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금 살포' 이대로 진행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