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오는 28일까지 개관 페스티벌 개최지난 20일 공연서 베토벤 삼중협주곡·교향곡 9번 '합창' 연주
  • ▲ 지난 2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부산콘서트홀
    ▲ 지난 2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부산콘서트홀
    바다의 도시 부산에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부산진구 연지동 부산시민공원에 위치한 부산콘서트홀은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1만9901㎡) 규모로 대공연장(2011석의)과 소공연장(400석의) 등이 조성돼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05석)과 롯데콘서트홀(2036석)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물결 위를 떠다니는 배를 형상화한 부산콘서트홀은 빈야드(포도밭) 스타일의 객석 구조, 이형벽돌 마감재, 일본 고도부끼사 의자 등 클래식 음악을 듣기에 최적의 시설을 갖춘 공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非)수도권 공연장 최초로 대형 파이프오르간(파이프 수 4423개, 스톱 수 64개)이 설치됐으며, 독일 프라이부르거 사에서 제작했다.

    부산콘서트홀을 운영하는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그동안 부산이 영화와 미술의 중심지였다면 앞으로 클래식을 통해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내년 부산오페라하우스까지 개관하면 글로벌 도시 부산의 확실한 마지막 문화 퍼즐로서 더 큰 시너지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 지난 20일 열린 부산콘서트홀 개관식 행사 모습.ⓒ부산콘서트홀
    ▲ 지난 20일 열린 부산콘서트홀 개관식 행사 모습.ⓒ부산콘서트홀
    지난 20일 열린 개관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과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음악 영재 이지안의 바이올린 연주, 제막식, 애드벌룬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이어 정명훈(72)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의 연주회가 펼쳐졌다.

    개관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에는 각계 인사들과 추첨을 통해 뽑힌 시민 등 1600명이 초대됐다. 1부에서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와 피아노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42), 첼리스트 지안 왕(57)이 함께하는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선보였다. 한·중·일 연주자들의 무대는 국경을 초월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감동을 전했다.

    2부에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총 네 악장에 걸쳐 웅장하게 울려퍼졌다. 정 감독은 '세계 사람들이 가까워지고 형제같이 지내라'라는 메시지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곡했다. 인류의 화합과 기쁨을 노래한 '합창'은 부산콘서트홀의 설립 목적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열정적인 연주, 소프라노 황수미·메조소프라노 방신제·테너 김승직·바리톤 김기훈과 창원시립합창단의 뛰어난 앙상블이 어우러진 '합창'은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절정을 이뤘다. 정명훈은 중요 지점마다 적절하게 템포를 조였다가 이완해 서정성과 긴장감을 유지했고, 곡이 끝나자 객석에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 ▲ 지난 2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부산콘서트홀
    ▲ 지난 20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부산콘서트홀
    하지만 관객들의 아쉬운 관람 매너가 옥의 티였다. 일부 관객은 주최 측의 사전 안내 방송에도 공연 시작과 함께 사진과 영상을 찍다가 안내원의 제지를 받았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와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악장의 유기적인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다.

    부산콘서트홀은 오는 28일까지 피아니스트 조성진·선우예권과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협연, 베토벤 유일의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 등 개관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하반기에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9월 18일), 런던 필하모닉(10월 17일) 등 해외 악단이 내한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2027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도 앞두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콘서트홀을 통해 새로운 음악영재, 지역 음악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창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도시의 품격은 문화예술 수준이 말해준다. 앞으로 부산은 진정한 동북아시아 클래식 중심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부임한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의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 극장장은 "극장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의무"라며 "진정한 목표는 부산 시민들이 극장(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을 지나갈 때마다 '이것은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