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국제도서전, 이제는 책도 '경험재'SNS 입소문 '밈 키링' 30분만 완판'사활모색' 출판업계, 콘텐츠-IP-체험소비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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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5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이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서울국제도서전 인스타그램 갈무리 ⓒ@sibf_official
"요즘 서울에서 20대 여성이 가장 많은 곳은 코엑스"라는 농담이 SNS에서 밈(meme)처럼 확산하고 있다.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 중 20~30대가 압도적으로 많아서다.20일 오전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 A홀과 B1홀 입구에는 개장 전부터 입장 대기줄이 늘어섰다. 평일임에도 현장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젊은 독자층이었다.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입장권 사전판매단계에서부터 흥행 조짐을 보였다. 이른바 '얼리버드' 티켓이 조기 매진되면서 주최 측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현장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작가 초청 강연, 북 토크 등 부대행사 역시 대부분 사전신청단계에서 마감됐다.올해로 67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7개국에서 534개 출판사 및 관련 단체가 참여했다. 주빈국은 대만이며 전시 주제는 '믿을 구석'이다. 각자 살아가기 버거운 현실 속에서 책을 통해 자신만의 의지할 곳을 찾자는 의미를 담았다.이러한 메시지는 관람객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났다. 시집을 고르던 30대 직장인 안광우씨는 "도서전에 오기 위해 연차를 냈다"며 "좋아하는 시인의 신작은 챙기려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 한 편이 안식처인 셈이다.관람객들의 관심은 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김영사 부스에서 판매한 '밈 키링'은 전시 시작 30분 만에 오전 판매용 물량 1000여개가 모두 소진됐다. "벽돌책을 낋여오거라", "독서 붐은 온다" 등 인기 밈을 활용한 이 굿즈는 MZ 애서가들의 정체성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민음사의 '고운말 키링' △시공사의 '책등 높이 계산용 키링' △미르북컴퍼니의 '텍스트힙 스티커' △휴머니스트의 '책 덕분에 인간됨' 티셔츠 등도 MZ세대의 유머코드와 결합된 굿즈다. 도서전은 점차 책을 소비하는 공간에서 책을 둘러싼 문화를 경험하는 축제로 진화 중이다.굿즈와 체험 요소는 출판사에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기능한다. 국제도서전에 참가한 대부분의 출판사는 책 진열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밈을 활용한 상품, 독서 관련 체험 콘텐츠, 작가 IP(지식재산권) 기반 커스터마이징 부스를 운영하며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일례로 원하는 문장을 골라 나만의 책갈피를 만드는 체험존, 책 구매 영수증을 영화관 포토카드처럼 출력해주는 키오스크는 독서 경험 자체를 기념하고 소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책을 좋아한다는 정체성 자체가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도서전은 단순한 판매행사 이상"이라고 평가하며 "출판사들이 굿즈 제작, 콘텐츠 협업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이는 단순한 독서율 지표로는 포착되지 않는 출판계의 변화다. 책이라는 전통적 매체는 변하지 않지만, 이를 둘러싼 소비는 트렌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출판 콘텐츠의 IP화, 팬덤화, 체험형 소비의 확산은 위축된 출판 시장에서 수익 모델 다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매년 이러한 가능성의 테스트 베드로 기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