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카슈미르 등 파키스탄에 미사일 폭격…'파할감 테러' 보복65년 만에 '인더스강' 수문 막자 파키스탄도 "핵전쟁 불사" 대응미국은 인도, 중국은 파키스탄에 힘 실으며 '신냉전' 불안감 고조신냉전 비화시 글로벌 공급망-에너지 루트까지 우려 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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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령 카슈미르 파할감에서 무장 괴한들이 관광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사건 후 인도 경찰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250422 AP/뉴시스. ⓒ뉴시스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다. 인더스강을 둘러싼 양국간 '물 전쟁'이 6년 만에 무력충돌로 번지면서 긴장이 극도로 치솟는 가운데 이들 모두 '사실상 핵보유국'인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무엇보다 미국이 인도에, 중국은 파키스탄에 힘을 실으며 양국간 분쟁이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7일 AP·로이터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날 새벽 자국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9곳을 공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파키스탄 당국도 인도가 이날 이른 아침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와 펀자브주 등 5곳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파키스탄 정부는 인도의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인도에 보복하겠다고 즉각 밝혔고, 파키스탄 국영 사마TV는 소식통을 인용해 파키스탄군이 인도 내 목표물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으며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 전투기 두 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아흐메드 샤리프 파키스탄 육군 대변인은 ARY뉴스에 "이번 일은 어둠 속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노린 비겁한 공격이었다"라는 메시지를 냈다.반면 인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자국을 노린 테러공격계획을 감지해 이뤄졌다면서 "집중적이고 정확히 계산되며 긴장을 고조하지 않는 조치였다"고 했다.이어 "파키스탄 군사시설은 표적이 되지 않았다"며 "인도는 표적 선정과 (공습) 실시방법에 있어 상당한 자제력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이에 국제사회 등은 사실상 핵보유국인 양국간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앞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의 '미니 스위스'라고 불리는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뒤 일촉즉발 긴장을 이어왔다.인도는 파키스탄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면서 인도 내 파키스탄인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과 상품 수입·선박 입항·우편 교환을 금지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이에 파키스탄은 연관성을 부인하며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무역 중단과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섰다.이후 두 나라의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두고 전날까지 열흘 연속 소규모 교전이 이어졌다. -
- ▲ 인도 북부 잠무 지역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 힌두스탄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부른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1947년부터 영토 분쟁을 벌여온 지역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복잡한 분쟁으로 꼽힌다. 분리 독립 이후 양국은 카슈미르를 자기 영토로 주장하면서 세 차례 전쟁을 벌였고 국경지역에서는 최근까지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았다.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은 영토 싸움을 넘어서 뿌리 깊은 종교적 적대감이 그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독립 당시 카슈미르의 주민 다수는 이슬람계였으나, 힌두계인 소수 지배층이 인도 정부와 편입조약을 맺으면서 양국의 분쟁은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간의 전쟁으로 발전했다.특히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카슈미르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할령으로 편입한 이후 힌두 민족주의 노선이 강화되자 이슬람계 지역사회와 극단주의 세력의 반발이 커지면서 힌두와 이슬람 세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다.문제는 이번 테러 대응과정에서 인도가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를 차단하면서다. 파키스탄은 전쟁 행위로 간주해 전면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체나브강이 막히자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파키스탄이 인더스강의 일부 물줄기를 끊은 인도에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것은 인더스강이 사실상 파키스탄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파키스탄은 인더스강 수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수자원의 75% 이상이 외부에서 유입되며 이 중 대부분이 인더스강을 통해 들어온다.파키스탄 인구의 90%가 인더스강 유역에 살고 있으며 주요 도시의 식수는 물론, 지하수도 인더스강에 의존한다.파키스탄 농업은 전체 물 소비의 94%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의 23%와 수출의 24%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한다. 파키스탄의 전력의 2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소 21곳 모두 인더스강 유역에 있다.BBC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1960년 세계은행 중재로 '인더스 수자원 조약(IWT)'을 체결했다.두 나라가 영국으로부터 1947년 각각 독립한 직후부터 인더스강을 포함한 6개 지류를 놓고 갈등이 잦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히말라야 등 자국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흘러 들어가는 인더스강의 개발권을 주장했고, 파키스탄은 경제와 식량 안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IWT에 따라 라비·비아스·수틀레지 등 동부 3개 강은 인도에, 인더스 본류·젤룸·체나브 등 서부 3개 강의 80%는 파키스탄에 할당됐다. 또 상류국인 인도는 하류국인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를 막을 수 없도록 했다.그러나 이번 대테러 조치로 인도가 65년 만에 처음으로 IWT의 효력을 중단했고, 실제로 체나브강의 바글리하르 댐의 수문을 닫고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인도는 또 카슈미르 북부 젤룸강 상류의 키샨강가 댐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터프츠대학 정치학 조교수인 파드 후마윤은 CNN에 "외교관계를 격화하고 IWT를 보류하는 것은 이 지역의 안정에 좋지 않은 징조"라면서 "파키스탄은 하류에 있는 국가로서 물에 대한 권리를 국가안보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를 정지하는 것은 적대적인 행동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
- ▲ 인도-파키스탄 국경과 강 흐름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수자원 전쟁이 자칫 양국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양국의 자제와 외교적 해결을 주문하고 있지만,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무엇보다 국제사회가 카슈미르 지역의 분쟁에 주목하는 것은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나아가 미·중 신냉전으로까지 확전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카슈미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마주하는 국경지역이기도 하지만, 중국과 아프가니스탄까지 접하고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평가된다.무엇보다 중국은 카슈미르 서쪽 악사이친을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파키스탄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하고 '중국-인도 경제회랑(CPEC)'을 통해 긴밀한 군사적·경제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인도 역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핵심파트너인 동시에 호주, 일본과 함께 4개국 안보회담인 '쿼드'의 회원국으로서 안보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인도를 인·태전략의 핵심축으로 끌어들이면서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반도체, 우주 분야에서도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어떤 모양으로든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카슈미르 점령과 파키스탄 항구 건설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 그리고 지역 패권으로 부상하는 인도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파키스탄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은 "중국은 철통같은 친구이자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파키스탄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할감 테러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테러리즘에 맞서 인도와 굳건히 함께한다"고 적었다.이러한 상황을 두고 인도 매체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중국은 파키스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반면 미국은 인도를 지지했다"며 "미·중 냉전 구도에서 카슈미르가 잠재적인 전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더 큰 문제는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국경 충돌을 넘어서 신냉전으로까지 비화할 경우 지역의 불안정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루트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특히 인도양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해상 루트는 중동과 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교역로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글로벌 경제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더욱이 4개의 핵보유국이 얽혀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복합적인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우크라이나전쟁 이상으로 글로벌 체제에 균열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