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와 춘천시, ACLE 홈경기 개최 놓고 정면충돌당초 강릉시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개최 불가 통보 받아김병지 대표 "21일 춘천시와 실무회의, 긍정적으로 잘 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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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LE 홈개최를 놓고 김병지 강원FC 대표와 춘천시가 갈등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긍정적으로 잘 풀어보겠다고 약속했다.ⓒ연합뉴스 제공
지난 시즌 K리그1 강원FC는 역대 최고의 영광을 품었다.강원은 2024시즌 K리그1에서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원은 K리그1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시도민 구단의 기적이자 강원도의 자존심, 강원 축구 팬들 희망의 상징이 됐다.강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큰 영광을 준비하고 있다. K리그1 2위 자격으로 강원은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초청권을 손에 넣었다. 아시아 최강 클럽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아시아 클럽 축구 최상위 대회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 역시 강원 구단 최초의 영광이다.그런데 ACLE를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를 맞이했다. 강원은 아직 ACLE 홈경기 개최 장소를 결정하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가면 강원의 역사적인 ACLE 경기를 강원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이는 강원 구단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고, 강원도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며, 강원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일이다. 국제적 망신이기도 하다.최악의 상황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원의 홈경기 개최를 두고 강원 구단과 춘천시가 '정면충돌'했다.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감정싸움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강원은 두 개의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 다른 하나는 강릉종합운동장이다. 당초 강원은 ACLE를 강릉시에서 치르는 것으로 협의를 맺었다. 하지만 AFC는 국제공항의 접근성 등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강릉시 개최 불가를 통보했다.강원에 남은 대안은 하나였다. 춘천시였다. AFC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강원도 내 유일한 경기장이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이었다. 강원은 춘천시에 협조를 부탁했지만, 춘천시는 갑작스러운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갈등의 시작이었다.강원 구단과 춘천시는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냈다. 반박에 재반박을 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김병지 강원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적극적인 강릉시와 비교하며 춘천시의 소극적인 의지와 행정을 지적했다. 흥행에 있어서 강릉시가 춘천시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김 대표는 돈이 문제라면 경기당 8000만원의 분담금을 구단이 떠맡겠다고 했다.춘천시는 가만있지 않았다. 강원 구단이 책임을 춘천시에 전가했고, 수억원의 부담감을 요청받은 지자체의 난처한 상황을 외면했다며 반박했다. 또 춘천시는 강릉시와 비교로 춘천시와 시민의 노력을 폄훼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춘천시지부도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충돌이었다. 오는 5월 2일까지 홈경기 개최 장소를 AFC에 제출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강원도가 아닌 외부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때다.이런 상황에서 '뉴데일리'는 19일 김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김 대표는 끓어올랐던 감정선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충돌의 내막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이성적으로 또 차분하게 춘천시와 협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지금 중요한 건 자존심 대결, 감정싸움이 아니다. 강원도에서 역사적인 ACLE가 열리는 것이다. 서로를 상대로 이기는 건 의미가 없다. 강원도 축구를 위해, 강원 축구 팬들을 위해 함께 이겨야 한다.김 대표는 춘천시에 협조 요청을 하는 처음 그 순간부터 갈등이 시작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춘천시에 공문을 보냈고, 회신을 받았다. 그 공문을 보고 김 대표는 실망했고, 섭섭했고, 힘이 빠졌다.김 대표는 "ACLE 홈경기를 위해 우리가 춘천시에 부탁을 하는 입장이었다. 강릉시에서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춘천시가 가장 유력한 장소였다. 춘천시가 우리의 어려움을 들으면 긍정적으로 나올 줄 알았다. 춘천시가 '검토를 해봅시다'라고 시작을 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사실 우리가 춘천시에 공문 딸랑 한 장 보낸 게 아니다. 한 장 속에 알차게 보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조건, 여건, 방향성, 실사 과정 등 이런 내용들이 다 포함된 공문이었다. 공문을 보냈고 회신을 받았다. 답변은 한 줄이었다. '위 구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고 한 다음 '홈경기 개최는 불가합니다'라고 진짜 한 줄 답변이 왔다"고 기억했다.그러면서 김 대표는 "춘천시가 '불가합니다'라고 하는데,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없었다. 처음 그 공문에 단 한 줄이라도 '어려움이 있겠네요. 우리가 검토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해보시죠. 구단은 최선을 다해주세요. 우리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라고 쓰여있었다면, 해피하게 진행이 되고 있을 것이다. 노력을 해보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가 그때 강원도 외 다른 지역으로 갔다면 그냥 끝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그럼에도 김 대표와 강원 구단은 타 지역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험난한 길, 갈등을 선택했다. 강원도 내 개최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강릉종합운동장에서 ACLE 개최가 무산되자 강원FC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개최하기를 바라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은 또 있었다. 춘천시가 제시한 '전제조건'이다. 춘천시는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ACLE 홈경기 개최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춘천시가 제시한 전제조건은 대표적으로 8000만원 분담금, 하반기에 춘천에서 강원의 정규 리그 개최, 전용 구장 방안 등 3가지다.이에 김 대표는 "이 전제조건은 강원 구단이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런 전제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이는 강원 구단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강원도와 강릉시, 그리고 춘천시가 함께 협의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부연 설명을 했다. 김 대표는 "특히 춘천시와 강릉시 홈경기는 2022년 양 도시 간 협의를 통해서 결정이 됐다. 강릉시는 FA컵, ACLE, 리그 10경기고, 춘천시는 리그 9경기다. 2026년 재계약이 이뤄진다. 내년 다시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 당장 내년 하반기에 춘천에 홈경기를 주겠다고 하면 강릉시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다.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8000만원 분담금은 이미 해결했다. 구단이 부담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분담금이라고 표현이 되고 있는데 홈경기 개최 지원금이 맞다. 계약상 홈 경기당 8000만원을 시에서 지원해 준다. 춘천시는 예산에 잡히지 않은 돈이라 주지 못하겠다고 한다. 춘천시와 같은 큰 조직에서 주지 못하는 돈, 우리 같은 작은 조직의 데미지는 더 크다. 그럼에도 춘천시가 안된다면, 돈이 없다면, 우리가 부담할 것"이라고 피력했다.2022년 홈경기 계약을 할 때 ACLE 경기를 춘천시로 했다면 이런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왜 그때 강릉시로 결정했을까. ACLE를 치르기에 강릉시가 부적합하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일까.김 대표는 "2022년 계약 당시에는 강릉시에서 ACLE 개최가 가능했다. 양양국제공항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공항이 있지만, 공항에 인력이 없다. 전용기를 띄우면 된다고 해서, 국내 항공사를 타진했는데 합의를 맺지 못했다. 그때 당시 홈경기 개최 여부의 판단은 그때 AFC 실사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것"이라고 답했다.춘천시는 개최 자격이 확실하다. 김 대표는 "AFC로부터 춘천시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 가변석을 만들어놨는데,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가변석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호텔 등 인프라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5성급에 준하는 호텔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훈련장 잔디가 좋지 않다면 경기장에서 훈련하게 해주면 된다. 실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90% 이상이다"고 자신했다.춘천시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춘천시지부의 사과 요구에 김 대표는 "나는 차별 없이 춘천시와 강릉시를 대했다. 우리는 정말 노력을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아쉽다. 그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춘천시의 노력은 잘 알고 있다. 단지 데이터를 설명한 것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공개해야 방향성이 나온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런 방향으로 가서 안타깝다"고 털어놨다.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 갈등의 끝은 강원도의 춘천시에서 역사적인 ACLE를 개최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김 대표는 "21일 춘천시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실무회의를 개최할 것이다. 춘천시가 ACLE 개최를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다. 춘천시가 더 적극적으로 된 것 같다. 강원도가 아닌 다른 지역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긍정적으로 잘 해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