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세 발효 뒤 국채시장 '발작'…'유예' 발표 뒤 진정관세정책 급수정…트럼프, '시장 제약형 대통령' 이미지 부각금리 상승, 제조업 활성화 등 트럼프 주요 정책 위협'美 국채 매도' 中 반격 카드, 현실 위협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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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지 13시간여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미국 국채 시장의 격렬한 반응, 그리고 그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관세 유예는 '국채 금리'라는 구조적 약점을 드러낸 결정으로 평가된다.미국이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개인들이 모기지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급등하면 국가 부채가 감당 못할 수준에 처하고 개인들의 부실도 폭발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빚 많은 국가의 구조적 한계가 트럼프의 운신 폭을 좁힌 셈이다.◇ 트럼프 "채권 시장 까다로워"…관세 유예 배경 언급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유예를 발표한 이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채권시장은 매우 까다롭다(tricky)"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에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는 모습을 봤다"며 국채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인정했다.실제로 이날 관세가 본격 발효된 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5%를 돌파했고, 30년물은 5%에 근접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국채 가격이 급락했음을 의미하고,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신호다. 미국 재무부의 입찰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3년물 국채 응찰률은 전달보다 하락해, 국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었다.채권시장의 급락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진정됐다. 10년물 국채는 4.34%로 되돌아섰고, 30년물 역시 보합세를 나타냈다. 불과 하루 전까지 투매가 이어졌던 국채 시장이 방향을 튼 것은 트럼프의 관세 유예 조치가 그만큼 금리 시장을 진정시키는 핵심 변수였음을 보여준다.이번 사태는 단순히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정책 결정자인 트럼프가 시장 반응에 따라 즉각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시장 제약형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 같은 인식은 향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반복적으로 시장 반응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직결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달 "모기지금리 하락이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기준금리보다는 10년물 국채금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경기 부양과 소비 확대의 열쇠로 보고 있다. 낮은 국채금리는 중소기업 대출, 주택시장, 제조업 투자 확대 등 트럼프가 약속한 '메인스트리트 부활' 전략의 핵심 토대이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미국 정부의 재정 운용은 곧바로 압박을 받게 된다. 적자 국채 발행 비용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모기지 금리와 기업 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한다. 경기 부양, 중소기업 지원, 제조업 활성화 등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주요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금리 상승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성과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변수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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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美 국채 매도설' 속 협상력 한계 노출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90일 유예 결정은 그가 시장, 특히 국채 금리의 급등 앞에서는 정책 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강경한 '무역 전사'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시장의 눈치를 보며 협상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더욱이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며 '금리 급등'을 유도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채 금리 급등 시점은 미국의 대중 관세 발효 시점과 정확히 맞물렸고, 매도세는 중국의 거래 시간대에 집중됐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금리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압박' 카드로 중국을 몰아세우려는 와중에, 금리라는 경제적 반격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트럼프의 협상력에도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금리 급등이 재정, 부동산, 중소기업 전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중국과의 끝없는 재보복 관세를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더 이상 올릴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 여부에 대해 "물론 만날 것"이라며 "그는 내 친구이고, 나는 그를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국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며 전면전을 예고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금융시장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트럼프식 '속도 조절'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