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이 이재명 체제 비판 쏟아내자 친명 반발"내로남불, 尹 검찰총장 만들어 승승장구케 해"친문도 불쾌 … "대선 패배 아직도 자성 안 해"지도부는 李-文 만남 검토 … "싸울 시국 아냐"
  • ▲ 지난해 9월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9월 8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하락세를 기점으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가 조직적인 움직임을 의심하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을 염두에 둔 친문계가 당을 흔들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친명계에서 대세를 이루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명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가"라며 "이들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판을 흔들려는 모습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문제가 커지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은 민주당의 현 체제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임종석),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김경수), "민주당 하락세는 국민 기대 못 미친 탓"(김부겸), "이 대표만 동의하면 개헌은 급물살을 탈 것"(김두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친명계는 이들의 '조언 아닌 조언'이 당권을 되찾기 위한 기득권의 움직임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집권하게 만든 문재인 정부가 현 상황을 '이재명 탓'으로 돌리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친명 외곽 조직으로 불리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통해 친문 인사들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당과 국민에게 비판받은 '내로남불'이라는 말까지 꺼내 들며 반발했다.

    혁신회의는 "본인들이 하면 민주화운동이고 남이 하면 '적대와의 싸움의 정치냐. 내로남불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승승장구하게 만든 자들이 누구냐. 내로남불을 넘어 책임 의식 결여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이재명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친명계가 과거지사를 거론하고 나서자 친문 인사들의 불쾌함도 감지된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그와 겨뤘던 이 대표의 패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다.

    친문계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후보와 캠프에서 찾지 않고 지금까지 전 정부 책임론을 내세운데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며 "이 대표가 대선에서 윤석열보다 선택받지 못한 것은 한번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쏟아진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실패한 친명계가 자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에게 득표율이 0.7%포인트 차로 패했다. 20년 집권을 거론하던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강성 친명계가 감정적인 반응을 통해 비판을 쏟아낸 것과 달리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현 정국에서 분열을 원치 않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 정국이 맞물리는 급박한 정치 상황에서 힘을 낭비하지 말자는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설을 전후해 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 사고를 이유로 새해 첫날로 잡혔다 미뤄진 평산마을 방문 일정을 설에 맞춰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소모적인 논쟁을 할 시국이 아니다. 이런 잡음은 결국 야당의 최고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대선 경선에 돌입해 할 말을 하고 서로 풀고 하면 될 일을 벌써 시작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문 전 대통령도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