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 내려""좌편향 논란 서울서부지법이 판결,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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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경영권을 장악한 후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했던 기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안긴 행위로 불구속 기소된 최승호 전 MBC 사장 등에게 '벌금형'이 선고되자 "7년간 피눈물을 흘리게 한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며 언론노조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김장겸 전 MBC 사장 등과 비교해 처벌 수위가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MBC 내부에서 제기됐다.
- ▲ 최승호 전 MBC 사장. ⓒ연합뉴스
9일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은 "오늘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판사 성준규) 재판부가 MBC 특파원 12명을 조기 소환하고 '뉴스데이터팀'이라는 유배지를 만들어 기자들을 강제전보한 뒤 마이크를 빼앗았던 최승호 전 MBC 사장과 정형일 전 보도본부장, 한정우 전 보도국장, 박성제 당시 전 취재센터장에게 각각 8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당 노동조합은 2021년 2월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바 있으나 노동청과 검찰이 무려 2년간 조사한 끝에 2023년 4월에야 기소가 이뤄졌다"고 되짚었다.
MBC노조는 "노동청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는 앞서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MBC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던 과거의 '준엄한 기세'가 전혀 없었다"며 "MBC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인 이들 사장에 대한 강제수사는 어렵다는 식으로, 소환조사 위주로 느리게 조사가 진행됐다"고 상기했다.
◆압색 없이 '맥 빠진' 수사 ‥ 2년 만에 기소
MBC노조는 "그러나 기자로 입사한 직원들을 보도본부 밖으로 쫓아내 기자 업무와 동떨어진 일을 시키거나 유배지로 발령낸 것이 명백하고, 그 기간이 무려 5년 이상 지속됐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의 고의를 부정하기는 어려웠다"며 "그렇다면 이제라도 서부지검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서 누가 왜 단순 자료정리 팀인 '뉴스데이터팀'을 만들어 유배발령을 내라고 지시했는지 수사해 밝혀야 한다. 그래서 그 악한 의도를 입증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압수수색 없이 이러한 맥 빠진 수사 끝에 기소가 된 것도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 결론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었다"며 "그렇다면 왜 김장겸 전 사장과 안광한 전 MBC 사장의 경우 일부 무죄를 받은 상황에서도 왜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 형이 확정됐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왜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의 경우 △특파원 발령 4개월 만에 소환통보를 하고 △기자들을 영상편집자로 강제전보하고 △뉴스데이터팀을 만들어 집단유배를 보냈는 데도 고작 벌금형이 나온 것일까"라고 거듭 질문을 던진 MBC노조는 "벌금형이 나오면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종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으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상실된다"며 "이 때문에 같은 죄라도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은 각종 공직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판사 쇼핑' 논란 빚은 서부지법
MBC노조는 "최승호 전 사장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판사가 하필 서울서부지법 소속"이라며 최근 좌편향 판사 배치로 논란이 된 법원에서 '편향적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최근에 대통령 체포영장의 '법률조항 배제' 문구로 논란을 빚은 이순형 판사는 서울서부지법 소속이고, 민주당이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해 임명된 정계선 판사는 최근까지 서울서부지법원장을 맡았다"며 "민주당이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또 다른 인물인 마은혁 판사도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왜 유독 민주당이 추천하거나 '친야 결정'을 내리는 판사가 서울서부지법에 많이 배치돼 있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한 MBC노조는 "이들이 친야권 성향의 MBC를 지키는 수호대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검찰의 항소와 강제수사를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김장겸·안광한, '집유' 확정된 후 특별사면
앞서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은 대표이사 시절(2014~2017년)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일부를 전보발령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1심은 "이들의 행위로 노조 활동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고,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김 전 사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안 전 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노조 운영규약 등을 살펴보면 김 전 사장과 안 전 사장이 보직부장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도록 한 부분은 노조운영에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피고인들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들의 업무 경력이 단절됐고, 정신적으로도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됐다"며 집행유예 선고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대통령령으로 사면·복권됐다.
◆벌금형 선고받은 최승호 "항소할 것"
2017년 말 MBC 사장으로 부임한 최승호 전 사장과 임원·간부들은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했던 기자 88명을 보도국에서 축출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배치하고, 그 자리를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로 채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MBC노동조합(3노조)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2017년 언론노조 총파업 불참자'를 직무에서 배제한 인사와 △2017년 12월 19일 '특파원평가위원회'를 열어 전임 경영진이 파견 보낸 해외특파원 12명을 일제히 소환해 기존 업무를 박탈하고 뉴스데이터팀으로 발령한 인사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고 최 전 사장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경영진이 △특파원들을 조기 소환해 업무를 박탈하고 언론노조원으로 교체한 혐의와 △'MBC정상화위원회'를 통해 '파업 불참자' 등을 강압적으로 조사한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1심은 "피고인들이 인사권을 부적절하게 행사하거나 이에 가담함으로써 취재 업무에서 배제된 조합원들과 노동조합이 입었을 유·무형의 피해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취재 배제 대상, 인사 규모나 인사조치가 유지된 기간 등에 비춰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이들에게 유죄(벌금형)를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선고 직후 최 전 사장 측은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