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교사 1심 앞두고 비명계 목소리 커져중형 선고시 친명 비명 간 대립 심화 예상설훈 "李, 사퇴하는 건 상식 … 당에 누 끼쳐""연이은 유죄 판결 시 현역 의원도 돌아설 것"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비명(비이재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위증교사 1심에서도 중형을 면치 못할 경우 비명계가 본격적으로 세력화에 나서 친명(친이재명)계와 대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했던 비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뒤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실형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친명 중심의 민주당에 균열 조짐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비명계로 꼽히는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해 "사퇴하는 건 상식"이라며 "시간 끌어봐야 당에 누만 끼친다"고 했다. 

    이어 "당대표할 사람 수두룩하고 민주당을 좋은 당으로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설 전 의원은 이어 민주당 내 비명계에 대해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이 한 40~50명 될 거라고 본다"며 "필요하다 싶으면 일주일 안에 전부 다 모일 수 있고 굳이 조직이 안 되더라도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주류로 활동 중인 친명계 외에 상당한 비명계 세력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에는 다음 달 1일 김부겸 전 총리 특강을 예고하는 등 세력 규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초일회가 초청한 특강에서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비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한 듯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는다.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3김(김동연 경기도지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김두관 전 의원)과 3총(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원외 주자들이 이 대표의 대체제로 거론되자 이를 견제한 것이다.

    그러나 최 의원의 발언은 되레 비명계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했던 김두관 전 의원은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이 대표를 지키는 게 아니라 당내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숨죽이던 비명계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친명계와 다시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도 관측된다. 특히 이 대표의 1심 결과에 따라 원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명계에 동조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인사는 "이 대표가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현역 의원들도 이 대표로부터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명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지사는 당내 분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이 대표와 수원시의 한 시장을 찾아 민생을 점검하고, 지역화폐 관련 간담회에서 지역화폐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이 대표와의 '원팀'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지사가 이 대표에게 각을 세우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어 달라'는 포석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친명계의 지지를 받기 위해 지금부터 이 대표와 손잡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지사는 최근 비명계 인사를 등용하는 등 자신의 세력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전해철 전 의원에게 도정자문위원을, 비명계 김민철 전 의원에게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장직을 맡겼다.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고영인 전 의원은 경기도 경제부지사 자리에 앉혔다.

    박 평론가는 비명계의 활동 재개에 대해서는 "지난 공직선거법 1심은 일종의 마중물이었다면 25일 판결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예상보다 높은 형량을 받은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저는 헌법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 온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