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주식' 논란 후보 사장 선임 강행경영진 '모성보호' 규정 위반 관리 소홀'투자손실 책임자' 승진 인사도 '모르쇠'특정법무법인에 소송 의뢰, 거래 자문도
  •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서성진 기자
    ▲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서성진 기자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거액의 투자손실을 낸 MBC 간부를 문책하지 않고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무법인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데 이어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하거나 △'공짜 주식' 논란에 휩싸인 후보자 사장 선임을 강행하는 등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은 29일 배포한 <풍비박산 난 권태선 체제의 정당성 ‥ MBC를 정상화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부도덕함과 △방만경영 감독 의무 방기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노골적인 비호 △A법무법인과 관련된 '위증' 등 여러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처럼 문제가 많은 권 이사장과 이사진을 '최고의 전문가'라고 치켜세우는 법원 판결은 나오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안형준 배임수재 공범 가능성 배제 어려워"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MBC 사장을 역임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통해, 지난해 2~3월 특별감사를 실시한 MBC 감사국이 B법무법인으로부터 '안형준 MBC 사장의 배임수재 공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법률검토의견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1000여만 원의 용역비를 받고 해당 사안을 검토한 B법무법인은 '△곽OO PD가 C사 주식을 공짜로 수수한 행위는 배임수재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고 △안 사장이 고등학교 후배인 곽 PD의 부탁을 받고 주식명의를 대여한 행위는 곽 PD의 부정한 주식 무상 취득을 알고도 명의신탁을 도운 배임수재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배임수재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안 사장이 배임수재의 공범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게 B법무법인이 내린 결론이었다.

    MBC노조는 "이 사건은 드라마 산업을 좀 먹는 'CG 하청 용역비리(일감 몰아주기)' 성격이 짙다는 판단이었다"며 "드라마 1편 제작에 500억 원 내외가 들어가는 현실에서 수천억 원의 드라마 예산을 집행하는 MBC 사장이 드라마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법무법인에 의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그러나 권 이사장을 포함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6인은 지난해 3월 14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안 사장이 C사 주식을 무상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유감스러우나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현재로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황당한 견해를 드러냈다"며 "게다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드러냈기 때문에 안 사장의 해임 또는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당 추천 이사 2인의 입장도 다수결로 묵살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후 권 이사장은 '배임수재 공범 가능성'이라든지 '(CJ에 대한) 업무방해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B법무법인의 공식 검토 의견을 제외한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식으로 특별감사보고의 내용을 덮었다"며 "안 사장의 형사 범죄 가능성을 지적한 보고를 가려, 방문진의 가장 큰 책무인 MBC 사장 선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상 '모성보호' 규정 위반 의혹

    또한 MBC노조는 MBC 경영진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모성보호'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고, 마땅히 이를 지적해야 할 방문진도 이 사안에 대해 눈을 감았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MBC노조에 따르면 2019년 1월 7일부터 MBC에서 강제로 영상편집자 전환 교육을 받던 여성 기자가 견디다 못해 같은 달 22일 상관에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리며 '근로전환'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해당 기자는 이로부터 며칠 만에 유산했다.

    수년 뒤 안 사장은 하필 '그 상관'을 피해자의 소속 팀장으로 발령했다. 이와 관련, MBC노조가 성명을 통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안 사장은 '회사와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며 보직이동을 시키지 않았다.

    MBC노조는 "경영진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요구하면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했다"며 "MBC 내 팀장·부장 자리가 거의 백 개는 되는데, 가해자를 계속 피해자의 팀장으로 두는 것은 '경영'이 아니라 '폭력'이라 할 수 있다"고 규탄했다.

    "이 같은 부당인사는 피해자가 '비언론노조원'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한 MBC노조는 "MBC에서 이러한 참상이 벌어진 것은, 서울행정법원이 임기가 끝난 권태선 이사장 등 방문진 이사진을 사실상 기한 없이 잔류시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MBC노조는 "안 사장이 '국민 여론'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MBC는 인권탄압을 막을 최소한의 자정 기능마저 상실했다"며 "이에 우리는 국회의 의정활동에 희망을 걸었으나,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온 권 이사장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권 이사장은 '임신했을 경우 이러이러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으니 가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되짚은 MBC노조는 "강제 직종전환 교육의 정신적 고통 때문에 근로전환을 요청한 임산부에게 휴가 내고 다시 돌아오라고 안내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조롱이었다"며 "그 조롱을 권 이사장이 이어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자손실 책임자에게 펀드 관리·감독 맡겨

    MBC노조는 경영진이 거액의 투자손실 책임자를 중용해 펀드 관리 업무를 맡긴 것도 문제라며 권 이사장이 이끄는 방문진 이사회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덮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2020년 MBC가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출자한 대출채권 펀드에 70억 원을 투자했는데, 신한자산운용이 설정한 독일 부동산 대출 펀드에 문제가 발생했고, 대출기간 동안 담보자산의 가치가 크게 하락해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펀드는 독일 부동산 판매 및 임대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2년간 연 9.5%의 고정금리로 1억 유로를 제공하는 구조로 설정된 대출채권형 상품으로, 차주인 '브룩라인 리얼 에스테이트(Brookline Real Estate)'는 영국 PE사인 '베스티고 캐피탈(Vestigo Capital)'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으로 알려졌다.

    신한자산운용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브룩라인 리얼 이스테이트'에 대출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차주가 보유한 '악센트로 리얼 에스테이트(Accentro Real Estate)' 지분 75%를 담보로 설정했는데,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기조와 경기침체 기미로 인해 '악센트로 리얼 에스테이트'의 주가가 연일 하락을 거듭했고, 신한운용 펀드가 보유한 담보자산의 가치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당시 독일 부동산 펀드 투자를 결정했던 MBC 간부가 안 사장이 임명된 이후 되레 '경영본부장'으로 승진하는 파격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이다.

    MBC노조는 "독일 부동산 펀드 투자로 궤멸적 손실을 야기한 당사자가 지난해 3월부터 경영본부장으로 승진해 대체투자 1900억 원의 운용 감독을 맡고 있는 상황은 심각한 이해충돌 상황을 낳고 있다"며 "손실에 책임이 있는 '징계대상자'를 중용해 펀드를 관리시키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2020년에 투자한 독일 부동산 펀드 70억 원도 거의 전액 손실이 예상되고, 인천 항동 물류센터 100억 원 투자도 물류센터 운영사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경매에 넘어가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방문진은 이를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이어 "방문진은 지금까지 손실액만 275억 원(라스베이거스: 105억 원, 인천 항동: 100억 원, 독일 부동산 펀드: 70억 원)에 달하는 데도 이와 관련해 전혀 징계나 문책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공개적으로 운영하라는 감사원 보고서의 지적사항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MBC 소송 맡은 법무법인, 獨 대출거래구조 자문

    MBC노조는 "A법무법인이 2020년 신한대체투자운용과 대리계약을 맺고 독일 '악센트로 리얼 에스테이트 에이지' 주식을 담보로 룩셈부르크 소재 회사에 대출하는 거래를 자문한 바 있다"면서 A법무법인과 MBC의 유착 관계 의혹도 제기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A법무법인은 소속 D변호사(MBC 기자 출신)를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법률자문을 위해 MBC 핵심부서인 정책기획부에 파견근무를 시켰으며 △명단공개금지 가처분 소송(2018년)과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편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 사건(2023년) △MBC 사장 부당노동행위 형사사건 변호(2023년) 등 MBC 혹은 MBC 전임 임원의 소송을 다수 수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MBC와 끈끈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법무법인이 독일 부동산 대출거래구조에 대한 자문계약을 맺었고, 이때 공신력 있는 MBC가 위험한 부동산 펀드 투자에 선뜻 나서 금융상품 투자자 모집에 일조했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이로 인한 피해는 펀드투자자와 MBC가 올곧이 떠안게 됐다"며 "이제라도 A법무법인이 법률자문을 한 독일 부동산 투자로 70억 원을 날린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그 내막을 소상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권 이사장이 이사로 등재된 사단법인 A연구소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MBC노조는 "권 이사장은 이번 국정감사에 나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A연구소는 A법무법인과 상관이 없다. 여기는 사단법인이고 법적 성격이 다르다. A법무법인의 변호사 몇 분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뿐'이라고 증언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달랐다"고 주장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A연구소의 이사장은 A법무법인의 명예대표변호사고 △이사 E씨는 A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이며 △이사 F씨는 A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A연구소는 홈페이지에 'A법무법인이 A연구소를 설립했다'고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조는 "권 이사장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A연구소의 이사회에 나설 수가 없다"며 "권 이사장의 국감 답변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질타했다.

    ◆MBC-A법무법인 '유착 관계' 의혹

    MBC노조는 "또한 권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과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에 낸 '방문진 이사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과 올해 8월 제기한 '방문진 이사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및 각 본안소송을 모두 G법무법인에 맡겼는데, G법무법인은 A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였던 변호사가 민변 회장 출신인 변호사와 함께 설립한 법무법인"이라고 설명했다.

    MBC노조는 "MBC는 최근까지도 2018년 해임한 MBC 지역사 사장 항소심과 상고심 소송을 모두 A법무법인에 맡겼고, 각종 부당해고와 인사관련 사건, 법률검토의뢰 등을 집중적으로 A법무법인에 맡겨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러한 일들이 권 이사장의 비호 아래 진행되고 있어서 이해충돌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권 이사장이 이끄는 방문진 이사회는 이러한 이해충돌 우려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관리·감독을 한 적도 없고, MBC 감사도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감사를 한 적이 없다"며 "그야말로 관리·감독의 무풍지대가 됐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