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멕시코만 일대 36개 항구 '올스톱'항만노동자협회 77% vs 미국해양협회 50% 급여 인상 이견일주일 이상 지속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만큼 부작용 우려
  • ▲ 파업에 돌입한 미국 항만 노동자들. 241001 AP=연합뉴스. ⓒ연합뉴스
    ▲ 파업에 돌입한 미국 항만 노동자들. 241001 AP=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항만 노동조합이 동남부 지역 항구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거의 50년 만에 파업으로 폐쇄되면서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급망 혼란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이제 막 안정화하는 가운데 파업이 시작되면서 고용까지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항만 노동자 4만5000명이 가입한 노조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이날 오전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뉴욕부터 뉴저지, 마이애미, 휴스턴까지 이어지는 미국 동해안과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중단됐다. 이들 지역은 미국 해상운송의 절반을 차지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버지니아 항만은 "10월1일 0시1분부터 파업이 시작됐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버지니아항은 ILA와 미국해양협회(USMX)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30일 만료된 단체협상 갱신 협상과정에서 노사가 임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발생했다. USMX는 6년간 50% 임금 인상을 제시했지만, ILA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ILA는 6년간 7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폭은 조합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항만 자동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럴드 대기트 ILA 위원장은 "필요한 기간에 파업을 계속하고, 정당한 임금 인상과 항만 자동화에 대한 일자리 보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동부 지역 항만 노동자들이 동시 파업에 들어간 것은 1977년 이후 47년 만이다.
  • ▲ 미국 뉴욕항만에 적재된 컨테이너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미국 뉴욕항만에 적재된 컨테이너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번 파업은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 인근의 항구에서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만 10만개에 달한다. 식품부터 자동차까지 공급망 흐름이 중단될 경우 해상운임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JP모건은 이번 파업으로 미국 경제에 하루 최대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파업이 일주일 넘게 길어질 경우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볼 수 없었던 텅 빈 진열대와 가격 상승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이스 즈웨머에 따르면 일주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백업이 완료되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콘퍼런스 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린 맥러플린은 "항만 파업은 소비자와 기업이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기에 미국 무역을 마비시키고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며 "쉬운 플랜 B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백악관도 항만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에 따른 여론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동부 및 걸프 해안 항만사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파업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양측에 직접 전달하도록 담당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붕괴 TF에 매일 회의를 열고 파업으로 인한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전날 사측인 USMX에 노조와의 이견을 빠르고 공정하게 해소해달라고 당부했다.

    백악관 한 관계자는 노사협상이 진전될 긍정적인 조짐이 보인다면서 파업이 이른 시일 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은 항만 등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의 파업에 공권력의 개입을 허용하는 '태프트하틀리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국상공회의소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 입장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