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 재보궐 선거 앞두고 '진흙탕 싸움' 선거전 격해지자 비난 쏟아내며 감정 표출 국감 앞두고 탄핵여론 조성 원하는 민주 부글"조국당, 형제당 운운하며 등에 칼 꽂아"
  • ▲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거칠어진 조국혁신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정부 투쟁으로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조국당이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총구를 거꾸로 잡았다고 판단, 최고위원을 지역에 상주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고, 지금 재보궐선거는 야권이 단합해 대정부 투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시기가 아니냐"면서 "국감에서 우리가 다양한 카드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에너지를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우리 진영의 유권자가 바라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과 조국당의 신경전은 다음 달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점차 거세지고 있다. 호남 지역(영광·곡성군수) 선거에서는 '텃밭 주도권 싸움'이,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부산·경남)를 놓고 조국당의 단일화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두 정당은 서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조국당을 향해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했다. 

    앞서 황현선 조국당 사무총장은 "기득권과 토호 정당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 지역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서 "호남의 국힘에 줄을 잘 서면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을 후보와 공약=당선이라는 공식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민주당을 호남의 국민의힘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런 언쟁은 결국 부산 금정구청장 단일화에 조건이 됐다. 민주당은 황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조국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국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이런 이유로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조국당의 일방적인 버티기라는 입장이다. 황명선 민주당 재보선 지원단장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할 이번 보궐선거를 민주당 금정 후보 깎아내리기로 시작한 조국혁신당의 사과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 후보 등록일까지 온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윤석열 정권의 쇄빙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은 조국 대표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조 대표가 김건희특검법 등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전남 영광에 머물며 재보궐선거 운동을 한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비판에 나섰다. 국가적 현안을 두고 작은 선거로 집안싸움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영광에 아파트를 마련해 지역에 상주하며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국당과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형제당이니 친구당이니 하면서 우리 당 등에 칼을 꽂는 형상을 하고 있어 대단히 씁쓸하다"고 밝혔다. 

    호남에서는 조국당에 유의미한 결과가 감지되고 있다. 영광군수 후보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에서 조국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다급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광을 찾았고,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지시로 영광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해 총력 지원에 나섰다. 한 최고위원은 지역의 작은 호텔에 머물며 지역 주민과 '밀착형 선거 운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얼굴로 선거한다는 조 대표에 맞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한 최고위원이 낙점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조국당이 선거 흥정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에서 두 당이 표를 나눠 가지면 국민의힘이 어부지리에 승리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선거가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할 선거가 아니다"라며 "조국당이 우리 당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명확하기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국당이 거칠게 나오는 이유로는 결국 '원내교섭단체 완화'에 대한 민주당의 유보적 입장이 한몫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조국당은 당론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현행 국회의원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실제로 현실화하려면 171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당 측을 압박했지만 민주당은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돼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심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이들은 교섭단체가 되려면 각 상임위(14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을 통해 방어에 나섰다. 조국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