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日 등 유사 수출통제 시행 국가, 美 정부 허가면제 받아상용화된 기술보단 미래 기술에 방점…"첨단기술 규제 필요"관련 품목 韓에 수출시 허가 필요하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韓 수출통제 동참 압박해온 美 "더 많은 국가, 통제 시행 예상"
  • ▲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의 컨테이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의 컨테이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과 차세대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최첨단 기술에 대한 새로운 수출통제에 나섰다. 중국 등 적성국으로 첨단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에 준하는 수준의 수출통제 체제를 갖춘 나라에는 이런 기술을 미국 정부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 대상에 당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한국에 대한 수출은 허가를 신청하면 승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5일(현지시각) 양자컴퓨팅, 첨단반도체 제조 등 핵심 신흥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임시최종규칙(IFR)을 발표했다.

    BIS는 "군수 분야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이 계속 등장,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품목이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정책에 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이동을 규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의 경우 양자컴퓨터와 관련 장비, 부품, 재료, 소프트웨어 및 양자컴퓨터 개발 및 유지·관리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 등이다.

    BIS는 또 △첨단반도체 장치 생산에 필수적인 도구 및 기계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 △금속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3D프린팅 기술 등을 통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이란 등 적성국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은 이번 수출통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유사 입장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앨런 에스테베스 산업안보차관은 "양자와 기타 첨단기술에 대한 우리의 수출통제를 함께 맞추면 우리의 적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도입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상당히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20520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20520 ⓒ뉴시스
    ◇BIS, '수출통제' 허가면제 신설…더 많은 국가에 동참 압박
    BIS는 몇몇 국가가 이런 기술에 대해 이미 유사한 수출통제를 도입했다면서 이들 국가에 통제품목을 수출할 때는 미국 정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수출통제 시행국(IEC)' 허가면제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BIS는 이날 새로 지정한 24개 통제 품목별로 수출허가가 필요 없는 국가 명단을 공개했으나,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령 수출통제 품목 중에서 금속 부품 생산에 필요한 3D프린팅 장비(2B910)의 경우 이탈리아, 영국, 미국에 이를 수출할 때는 정부 허가가 필요 없다.

    GAA에 필요한 건식 식각(isotropic dry etching)용 장비(3B001.c.1.a)는 △호주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영국 △미국에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다.

    한국이 IEC 허가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들은 이에 포함된 국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거나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활동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IS는 이번에 지정한 수출통제 품목과 관련해 그룹 A1, A5, A6에 속한 국가에 수출하는 경우 '승인추정원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정부에 수출허가를 신청하면 발급해주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A1, A5그룹에 속해있다.

    수출통제에 해박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는)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해준다는 원칙이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 문제를 두고 정부간 긴밀하게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BIS는 D1이나 D5에 포함된 국가에는 '거부추정원칙'을 적용했다. 신청해도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 그룹의 대표 국가는 중국이다.

    IEC 허가면제국가에 포함되려면 한국도 미국과 유사한 수출통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러시아 등 적성국을 겨냥한 수출통제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을 비롯한 동맹에 유사한 수출통제를 도입할 것을 설득해왔으며 특히 한국에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라고 압박해왔다.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 맞춰 대외무역법을 개정해가며 수출통제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동참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IS는 "몇몇 유사 입장국이 자국 관할에서 양자컴퓨터와 첨단반도체 제조 관련 품목에 대한 새로운 국가 단위 수출통제를 이미 발표했거나 시행했다"며 "더 많은 국가가 곧 유사한 통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