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료대란 논란 언급하며 현장 행보 2일 응급학회 간담회, 4일 병원 직접 방문"정부, 일방적 의대 증원 강행 재고해야" 공세각종 논란으로 커진 부정 여론 환기 기회 분석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와 함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방문, 추석명절 의료 대응 여력 등을 살핀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와 함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방문, 추석명절 의료 대응 여력 등을 살핀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을 대여 공세 지점으로 잡았다. 연이은 특검과 탄핵, 괴담 선동 논란을 일으키며 민주당을 향한 피로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아픈 지점을 집요하게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고려 안암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의료 현장을 점검하고 현장 의료진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병원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근본적으로 이 문제(의료대란)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일방적이고, 과하고, 급한 의대 증원 강행이 재고될 필요가 있다"며 "개혁을 하려면 정말로 복잡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과 대화,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거 다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급하게 강경하게 밀어붙인 것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보단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뭔가 근본적 대책 수립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한 붕괴 상황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최근 의료 대란 조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대한응급학회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를 직접 주재했다. 

    이 대표는 "지금 무리한 정부 정책 강행에 의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아마 응급실 문제인 것 같고, 응급 의료체계가 소위 '응급실 뺑뺑이'라는 이름으로 상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료대란이 의사 탓이라니, 그렇다면 민생 파탄은 국민 탓이고 경제 위기는 기업 탓이겠다"고 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 불안은 결국 중증 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의료대란대책특위·대한응급학회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의료대란대책특위·대한응급학회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런 이 대표의 적극적인 모습은 의료대란과 관련한 여론이 점차 정부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응급실에서 이송 거부를 당해 병원을 돌다 병세가 악화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28개월 여아가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개한 수치와 현장의 반응이 다른 상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 중이고, 27곳(6.6%)은 병상을 축소해 운영 중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응급의료기관 병상은 5918개로, 평시인 2월 1주 6069개의 97.5%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8월 5주차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2.7%)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 비율은 전주 대비 0.4%포인트 낮아진 29.6%다. 3주 연속 하락으로 30%대가 무너졌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군의관과 공보의 등 대체 인력을 응급 의료 인력으로 긴급 투입하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가산 등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의료 개혁을 주도했던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의 옷을 벗기겠다는 각오다. 

    게다가 여당 내부의 파열음을 만들어낼 기회로 보고 있다. 이미 국민의힘 비주류로 평가받는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이 의료대란을 두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미 우리 당은 국민의힘에 국회 차원의 의정 갈등 대책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민생과 맞닿아 있는 의료 문제를 정쟁과 차별화해 처리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정부 인사들은 모두 경질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탄핵, 특검, 괴담에 이어 의료대란을 출구전략으로 삼은 것 같다"며 "다가올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술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해당 기사의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