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硏, 북러동맹 복원 주제로 'NK포럼' 개최"러, 北 포기 안 해… 北은 러 '대전략'의 일부""美 달러패권 약화 위해 루블화 결제체제 추진""러, '외교전'으로 韓 기만하며 대응 최대한 늦춰""러, 기술이전 넘어 北에 장거리미사일 이전?""깡패국 눈치보는 韓, 자체 핵무장 고려할 때"
  • ▲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 외곽 순안국제공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웅을 받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 외곽 순안국제공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웅을 받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이 핵무장해도 세계는 핵경쟁에 돌입하지 않았는데 한국이 핵무장하면 전 세계가 핵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북한과 같이 비정상적인 국가도 핵무장했는데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핵무장하면 세계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러시아가 북한과 지난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러북 조약) 체결을 계기로 '군사동맹'을 복원하고 유엔 제재 체제를 와해시키겠다고 사실상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와 러시아의 기만술에 빠져 초기에 러시아의 의도를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그간 외교안보에서 스스로 '레드라인'을 그어온 관습에서 벗어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핵 억제력(억지력)을 강구할 것을 제언했다.

    ◆"러, 北 포기 안 해… 北은 러 '대전략'의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9일 오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러북 동맹 복원의 함의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제3차 NK포럼'에서 한국이 북러 관계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단순 '거래성'으로 규정하고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복원할 거라고 기대하면 '오판'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푸틴 전문가'로 통하는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조약의 핵심은 러시아가 북한의 체제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및 경제적 이익을 얻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붕괴 위기를 차단해 반미·반서방 투쟁에서 북한을 활용하고 공조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한다는 북러조약 제2조는 "북한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벗어나 고립을 탈피하고 새로운 진영으로 편입할 것을 시사한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전략은 노동신문 기고문에 드러났듯이 '다극화 세계 질서' 수립과 '세력권 확보'"라고 강조했다.

    푸틴이 목표로 하는 다극화 세계 질서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하거나 사라진 세계에서 몇 개의 지역 강국이 세력권을 평등하게 인정받는 세계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다극화 세계 질서의 실현이 더 앞당겨질 수 있겠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한반도에서 이를 위한 하부 전술을 추진할 수 있다. 그 일환이 바로 북러 관계"라며 "북러 관계는 지역 차원의 협력이 아닌 글로벌 차원의 목표 아래 추진됐다"고 진단했다.

    주러시아 공사를 지낸 윤창용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장도 러시아를 구소련과 같은 국제사회의 핵심축으로 부상시키려는 푸틴의 야망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푸틴의 야망을 실현하는 과정들로 ▲2008년 조지아로부터의 아하지아와 남오세티아 분리 ▲시리아 아사드 정권 지원과 군사기지 건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꼽았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2월 18일 연례 연말 기자회견을 하면서 감정적인 제스처를 하고 있다. 다시 푸틴 대통령은 루블화 위기에 서방이 25~30%의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러시아 경제 위기는 2년 안에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2월 18일 연례 연말 기자회견을 하면서 감정적인 제스처를 하고 있다. 다시 푸틴 대통령은 루블화 위기에 서방이 25~30%의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러시아 경제 위기는 2년 안에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뉴시스
    ◆"美 '달러 패권' 약화 위해 루블화 기반 결제체제 추진"

    북러 관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푸틴의 노동신문 기고문에도 드러난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 발전'은 "소련 시기 코메콘(COMECON, 경제상호원조회의)을 모방한 경제적 진영화를,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는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 세력권 내 안보적 진영화에 북한의 동참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어 "다극화 세계 질서를 실현하려면 미국의 패권을 와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푸틴은 미국 패권이 기축통화인 달러에서 나오므로 달러를 쓰지 않으면 미국 패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다고 본다"며 "러시아가 세력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라시아는 작게는 구소련권, 크게는 베트남을 포함한 그 주변 소련 시대의 동맹국까지 다 포함한다. 푸틴이 이번에 북한과 베트남을 연계 방문한 것도 이러한 대외전략 순위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푸틴은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북러 간의 무역 및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지금까지 북핵을 억제했던 유엔 대북제재에서 공식 탈퇴하겠다는 것을 세계에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러 회담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러 회담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러, '외교전'으로 韓 기만하며 대응 최대한 늦출 것"

    김정은이 북러 정상회담 후 '북러 군사동맹'을 언급하고 북한이 사실상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북러조약 전문을 공개하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북러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했다"고 밝힌 러시아 대사 출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향해 '푸틴의 기만술에 속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세계 통신사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할 때 어떠한 러시아 혐오적 태도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자동군사개입 조항인 제4조에 '유엔헌장 제51조와 북러 국내법에 준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인 것도 대표적인 기만술 사례로 꼽힌다. 현 연구위원은 해당 단서조항을 "동 조항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토가 자위권 및 집단 자위권에 관한 조항인 유엔헌장 제51조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들며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수준의 물자를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 연구센터장은 "러시아는 한국을 속이는 외교를 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의 목적은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거나 정상화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대응을 최대한 늦추고 역내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자꾸 북러 동맹의 의미를 축소하고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 발화선 바로 이하에서 도발을 계속하는 '회색지대 전략'을 쓰며 한국이 사실상 정한 레드라인을 악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티격태격하면서 각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이전'과 '북한에 대한 전략무기 및 기술 이전'을 레드라인으로 결정한 듯하다. 러시아는 그 이하로 계속 도발하면서 대북 전략무기 이전을 공식화하지만 않으면 한국의 보복을 받지 않을 거라고 여기고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 ▲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023년 10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 이상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NSC는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운송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 제공
    ▲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023년 10월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 이상 분량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NSC는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운송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 제공
    ◆"러, 北에 기술이전 정황 지속… 北에 '장거리미사일 이전' 가능성도"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러시아가 물밑으로 이미 북한에 위험한 기술을 이전해왔다는 정황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2023년 7~8월 이후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컨테이너는 약 9000개로 추정된다. 구소련 중장거리 제트 수송기인 Il-76(일류신-76) 항공기를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최초의 공중 조기경보기가 2022년 11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외에도 휴대용 대공 미사일 등을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형급 개발무기의 실전테스트장, 실전 데이터 확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며 "북한은 5월 27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후 러북 기술 협력 강화의 결과로 군사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러시아의 지원이 예상되는 지원 플랫폼은 전술유도무기 추가 모델, 고체형 중거리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지대공 및 지대함 등 추가 실험 및 실전배치 훈련 등"이라며 "최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시사한 '장거리미사일 동맹국 이전' 가능성도 북한과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北, 1~2년 후 전략무기 선보일 수도… 우크라에 기간망 전략물자 지원해야"

    고 센터장은 "우리가 자꾸 대응을 놓치면 1~2년 사이에 북한이 굉장히 놀라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살상무기 지원 카드는 보존하되 전략물자, 즉 비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기간망을 공격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게 하는 식으로 전쟁수행 의지를 꺾고 있다. 한국이 기간망 전략물자를 대규모로 지원하고 북한의 대러시아 인력 송출을 인권보호 차원의 외교적 수단으로 제재를 활용할 시기가 됐다"고 제언했다.
  •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9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러북 동맹 복원의 함의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3차 NK포럼'을 개최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제공
    ▲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9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러북 동맹 복원의 함의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3차 NK포럼'을 개최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제공
    ◆"깡패국 눈치보는 韓, 허접해 보여" … "자체 핵무장 고려해야"

    한국 정부가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에서 나아가 자체 핵무장을 비롯한 핵 억제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러시아와 북한의 눈치 볼 때는 지났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 본 때를 보여야 하는데 자꾸 우물쭈물하니 대한민국이라는 강력한 국가가 상당히 허접해 보일 때가 많다. 러시아와 북한은 국익을 위해 모든 걸 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김여정이 오물풍선을 쏟아부었는데 우리는 기껏 대북 확성기 방송을 6시간 틀고 그만뒀다.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깡패들을 너무나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에 있어 힘의 역동성과 국가이익의 상호관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이번에 체결된 '북러 신조약'이 실제로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즉 '사실상 사문화된 조약'으로 유도하고 최악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비해 '플랜 B' 차원에서 별도의 실효성 있는 핵억제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환영사를 통해 강조했다. 

    윤 원장은 "강력한 핵무장국인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은 과거 '조소 동맹'보다 훨씬 큰 안보 위협을 제기한다. 북한 비핵화의 현실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자체 핵무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그로 인한 제재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지만, 우리가 핵을 만들 기회를 놓침으로써 당할 수 있는 것은 존립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태 전 의원은 "비핵국인 한국과 일본이 핵보유국인 중국과 북한에 과연 어떤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을지가 큰 의문이다. 킬체인과 재래식 무력만으로는 국민의 평화와 안전,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핵 자강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이 핵무장하면 초기 단계에서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질 수 있지만 이것도 시간이 감에 따라 만성화하고 약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이 핵무장해도 세계는 핵 경쟁에 돌입하지 않았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전 세계가 핵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북한과 같이 비정상적인 국가도 핵무장했는데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핵무장하면 세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것이라는 주장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도 구별하지 못한 논거다. 이제는 새로운 냉전구도의 중심에는 북핵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