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직 사수 '48시간 총력전' 돌입국민 80% "너무 늙었다" … 민주당 내부 사퇴 압박바이든, ABC 인터뷰 직후 "사퇴 여부 완전히 배제"트럼프 진영, 유력 '대체주자' 해리스 흠집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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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첫 TV토론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운명의 48시간'을 맞았다.TV토론 후폭풍으로 당내에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는 그에게 미국 최대 공휴일인 독립기념일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냐가 그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자신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가라앉히고 지지자들을 안심시켜야 향후 레이스에 남아있을 수 있다.그러나 여론과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후원세력들도 서서히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력 대체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에 대한 견제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두 번째 '트럼프 대관식'이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독립기념일 연휴를 온전히 대선 후보직 사수에 매진한다는 복안이다. 당장 이날 저녁 가족들과 백악관에서 독립기념일 연설을 진행한다. 5일에는 ABC뉴스 인터뷰가 방송된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BC뉴스 인터뷰 녹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사퇴 여부는 완전히 배제한다"고 일축했다.그는 자신이 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최선의 후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내가 이전에도 트럼프에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이는 4년 전 일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당신은 모든 문제에 있어 틀렸다"고 반박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가 TV토론을 제안한 데 대해선 "지금 약속한다. 분명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ABC 인터뷰서 대통령직 적합 여부를 검증할 신체검사를 거부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에서 유세도 펼칠 예정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은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는 데 썼다. 그는 측근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나는 출마한다. 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라며 "누구도 나를 몰아낼 수 없다. 나는 떠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척 슈머 △하킴 제프리스 △낸시 펠로시 △제임스 클라이번 △크리스 쿤스를 포함한 주요 민주당 지도자와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민주당 주지사들도 백악관으로 불렀다. 미네소타의 팀 월즈 주지사와 메릴랜드의 웨스 무어 주지사는 기자들에게 바이든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을 했다. 무어 주지사는 "우리가 받은 피드백에 대해 솔직하게 전달했다"고도 말했다.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CNN에 "바이든이 올인했다"면서 "나도 그렇다. 조 바이든은 우리를 지지했고 이제는 우리가 그를 지지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불러 모은 주지사에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도 있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자리에 함께했다.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후 첫 언론 인터뷰로 4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두 지역 라디오 방송 WAUK, WURD와 인터뷰했다. WAUK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토론을 망쳤으며 실수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나는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 90분간의 무대였다. 하지만 내가 지난 3년 반 동안 한 일을 봐달라"고 호소했다.그는 이날 오후 8시에 백악관에서 독립기념일 축하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 축하 연설에서 건강하고 명민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주목된다.최대 난관은 5일 저녁 방송될 ABC뉴스 인터뷰가 될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처럼 생방송은 아니지만 '미편집본'이 전파를 타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실수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5일 위스콘신주 매디슨과 7일 필라델피아에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주말 일정을 재조정했다. 두 곳은 2020년 트럼프를 상대로 간신히 이긴 격전지다. -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지사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등 돌리는 여론, 민주당 의원 그리고 거액 후원자들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 이후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큰 효과는 없는 모습이다. 최근 잇달아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격려보다는 경고의 메시지만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전날 나온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에서 적극 투표층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6%p로 벌어졌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80%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출마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2월 같은 조사 결과보다 7%p 오른 수치다.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을 뛰기에 너무 늙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56% 수준이었다. 역시 지난 조사 52% 당시보다는 올랐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민주당 내부에서도 사퇴설과 교체설이 피어오르고 있다.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세스 몰튼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은 4일 보스턴 지역 라디오 방송인 WBUR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위해 엄청난 봉사를 했지만, 지금은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조지 워싱턴의 발자취를 따라야 할 때"라고 말했다.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두 번째 임기를 마친 뒤 당시 헌법에 임기제한조항이 없었음에도 1797년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몰튼 의원에 앞서 2일 도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 3일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애리조나)이 각각 성명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선 도전 포기를 잇달아 촉구했다. 바이든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민주당 연방 의원이 3명으로 늘어난 셈이다.뿐만 아니라 부유한 민주당 기부자들도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기부자들은 기부금을 당근과 채찍으로 사용하면서 바이든이 사퇴해 다른 후보가 출마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암호화폐 거물인 억만장자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라츠와 영화감독인 앤드류 자레키는 '차세대 정치행동(Next Generation PAC)'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에스크로 펀드를 조성해 현재 5000만~1억달러 모금에 나섰다.해당 자금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민주당 새 후보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광고에 사용될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다른 민주당 당원들에게 사용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기부자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때까지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도 나타나고 있다.민주당 정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드온 스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그의 가족은 대선 레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와 정치 단체에 대한 350만달러의 기부를 보류할 것"이라면서 "주변의 거의 모든 기부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40326 AP/뉴시스. ⓒ뉴시스
◇트럼프 진영, 유력 '대체주자' 해리스 부통령 '흠집내기' 착수한편 트럼프 진영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해리스 부통령을 벌써 견제하고 있다.로이터는 5일(현지시각) 공화당이 해리스를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 조장자(enabler in chief)'라고 비판하는 등 해리스를 향한 전면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자금 모금 조직인 슈퍼팩(Super PAC, 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마가(MAGA)'를 비롯한 공화당원들은 불법 이민 문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해리스를 비판하며 '침략 차르(Invasion czar)'로 불렀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코리 르완도프스키는 해리스에 대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취약한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선거 캠프 대변인인 캐롤라인 리빗도 "해리스는 무능하다. 역사상 가장 약한 최악의 부통령임이 입증됐으며 지난 4년간 바이든이 시행한 재앙적 정책을 모두 지지했다"라고 주장했다.비록 해리스가 부통령으로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에서 중도 하차할 경우 가장 유력한 대체자다. 바이든과 각각 대통령, 부통령 후보 조합으로 함께 선거운동을 벌여온 해리스는 바이든이 모은 선거자금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민주당 내 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그녀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실제 해리스가 후보로 나설 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주 초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해리스 간 가상대결에서 43%대 42%로 트럼프가 불과 1%p 앞선 박빙을 보였다.